즐거운 여름방학과 동시에 본격적인 캠프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과 학교, 학원을 쳇바퀴처럼 오가느라 지칠대로 지친 아이들에게 모처럼 자연과 함께 물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물가에 내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편치않다. 평소 아토피·비염·중이염·결막염 등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는 ‘행여 물놀이가 화근이 돼 증세가 더 악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물놀이 뒤엔 눈병이나 중이염, 경련(쥐) 등의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귀에 모래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
물놀이를 한바탕 신나게 하고 나면 귀에 물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건강한 귀라면 물이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질병이 있는 귀는 조심해야 한다.
중이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물 속에서 오래 잠수하지만 않으면 물이 들어가도 고막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고막에 환기 튜브를 넣어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평소 귀가 깨끗하지 않은 사람도 귀에 물에 들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귀는 자연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귀 안의 염증이나 귀지로 인하여 귀 속 땀샘이나 피지선(기름구멍)이 막혀 배출이 안 될 경우는 세균 감염이 이차적으로 생기고, 외이도염이나 고막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귀지가 많은 사람의 경우에 귀에 물이 들어가면 물이 귀지와 섞여 완전히 귀를 막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바닷가에서 파도 등에 의해 귀에 모래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모래는 쉽게 빠져나오지 않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귀 보호를 위해 귀마개를 꼭 준비한다. 귀 속에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는 경우 물기는 마른 면봉으로 닦기 보다는 선풍기나 헤어 드라이어기로 말려 주는 게 귀에 자극을 덜 준다.
귀 속에 무엇인가가 들어가 귀가 멍한 증상이 1∼2일 지속 된다면 물과 이물질이 귀지와 뭉쳐 귀가 막혔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물놀이 후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보채면서 귀를 잡아당기려 하면 외이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외이도염은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길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풀장에서 수영을 한 후 잘 생기기 때문에 ‘풀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외이도염은, 처음에는 귀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르다 통증이 점차 심해지면서 아이가 잠을 자지 못할 뿐 아니라 음식을 먹지도 못하게 된다.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하는 경우 치료기간이 단축되며 고통도 적어지므로 ‘혹시’하는 생각이 들 때 빨리 이비인후과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비염환자의 물놀이는 가급적 짧은 시간으로
건강한 사람도 물놀이 후 코가 막히고 재채기와 콧물이 심해지는 등 비염이 생길 수 있다. 비염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한 시간 내외의 물놀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급성 염증성 비염이 있는 상태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며, 물속에서 즐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코에 이상이 나타나기도 쉽다.
또 혈관운동성 비염이나 호산구성비염 등 코의 점막이 과도하게 예민한 사람은 수영장의 강한 소독약이나 강, 바다의 오염물질 등으로 인한 자극에 약하므로 주의 한다. 찬 물과 더운 공기를 오가며 생기는 기온 차이 역시 코에 자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비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은 물놀이를 하되, 물속에 있는 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인다. 물에서 놀 때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체온 변화가 크지 않도록 수건으로 몸을 잘 말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코 점막이 예민해 콧물이나 재채기가 심해졌다면 물놀이 후 생리 식염수로 콧속을 세척해 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어린이들은 코의 구조가 덜 발달돼 면역력도 떨어지므로 어른보다 물놀이 코 건강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물놀이 후 비염이 재발했는데 이를 감기로 오인해 방치하면 축농증으로 넘어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감기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콧물색이 누렇게 변하고, 목으로 불쾌한 냄새가 나는 노란 가래가 넘어오면 축농증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코 막힘, 콧물과 함께 두통, 기침, 미열, 얼굴에 압통 등이 느껴지면 축농증을 의심해 보아야 하며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물놀이 후, 눈이 충혈되면 유행성각결막염 의심해야
만약 아이가 수영장에 다녀온 지 1주일쯤 뒤에 한쪽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끼며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호소한다면 유행성각결막염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유행성각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라는 병원체가 눈에 침범하여 발생되는 전염성이 아주 강한 질환으로 주된 증상은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많이 끼며, 눈꺼풀이 붓고 눈물흘림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귀 앞의 림프선이 부어 멍울이 만져지며 누르면 아프기도 한다.
증상이 생긴 후 약 2주간은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력이 강하므로 아이로 하여금 손으로 눈 주위를 비비지 못하게 하고, 눈을 만졌을 경우에는 비누로 손을 잘 씻게 한다. 가족들은 수건, 비누, 이불 등을 따로 사용하여 전염을 막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부 다른 각결막염에서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데 전문의와 상담 없이 안약을 쓰면 증세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가까운 안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토피 증세가 있는 어린이는 깨끗한 물을 찾아라.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리고, 땀이 마르게 되면 가려움이 심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아토피 환자에게 대부분의 운동이 적합하지 못하다. 하지만 수영은 예외. 피부과 전문의들은 아토피환자에게 수영을 권한다. 물놀이는 피부의 온도를 식히고 활동량을 늘려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다만 때와 장소를 잘 선택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은 깨끗하지 않은 물에 오랜 시간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 수영장이나 바닷가의 세균, 각종 화학물질의 소독제가 피부에 감염현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아토피 어린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붐비는 기간을 피해 조금 일찍 또는 늦게 물놀이를 다녀오는 것도 건강한 여름나기의 한 방법이다.
물놀이 뒤 피부를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긁다보면 상처가 나 다른 세균에 감염되기도 쉽다. 아토피 피부는 외부 자극에 쉽게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고, 씻을 때도 미지근한 물로 땀을 닦는 정도의 가벼운 샤워가 좋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바르는 썬크림도 아토피 환자에게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썬크림 보다는 특수하게 제조된 연고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또 피부 보호막인 유분기를 제거하는 비누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다. 땀 흡수가 잘 되는 면소재 옷과 자극이 덜한 순한 음식은 아토피 증상을 개선하는 조건이다.
<도움말=소리이비인후과 이승철 원장, 부천세종병원 이비인후과 조영찬 과장, 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 을지대학병원 안과 김용선 교수,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조진생 교수>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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