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족들 재산싸움에 회사 왜 끌어들이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7.22 13:31

수정 2014.11.07 16:09



박용오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투서에서 비자금 조성처로 거론된 회사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형제간 분쟁을 하면서 왜 회사를 끌어 들이냐”는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했다.

일부 회사의 경우 박용오 회장이 허위사실을 유포,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법적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곧이어 시작될 검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산산업개발 주방가구 물량과 마루공사를 수의계약을 통해 5년간 독식, 1000억원대의 수의계약과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지목된 넵스에 대해 두산산업개발 관계자는 “넵스는 400∼500개나 되는 협력업체 중 하나”라며 “일부에서 두산의 위장계열사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별개의 하도급회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두산산업개발 관계자는 “협력업체로 등록되면 회사 내규에 따라 전자입찰로 공사를 수주하게 돼 있다”면서 “1000억원대의 수의계약 물량을 밀어줬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도급업체가 400∼500개나 되는데 이들 업체 몰래 수의계약으로 한 업체에게 밀어줄 수가 없다”면서 “이 부분에서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넵스가 시공하는 물량이 다소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넵스는 두산산업개발의 목공사나 마루공사, 주방가구 물량 중 거의 절반 가까이를 맡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수억씩 총 350억∼4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박용성 회장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거론된 태맥의 한 간부는 “OB맥주 출신들이 회사 퇴직 후 만든 회사이긴 하지만 박용성 회장을 본적도 없다”며 “박용오 회장이 왜 우리 회사를 거론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에 신문을 보고 사장에게 보고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라고 웃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박용오 회장에 대한 법적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두산 그룹 계열사인 엔 세이퍼 관계자도 “박용오 회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회장은 두산중공업 및 두산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껍데기 뿐인 회사를 80억원 가까운 돈에 매입, 배임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회사 관계자는 “매입 당시 상당히 견실한 회사였으며 가치가 충분했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 ‘형제의 난’ 진원지가 된 두산산업개발은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다. 각 부서 회의 등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외부 주차장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박용오 ㈜두산 전회장과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이 앞으로의 회사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두산산업개발에는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 경영지원본부 상무가 근무하고 있었는데 22일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직원들과는 달리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한 임원은 “경영권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그룹 오너가 없다는데 있다”면서 “가족 공동경영을 뒤집어 보면 누구도 그룹이나 계열사에 영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