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인터넷게임 중독, 당신도 혹시 환자?…접속 안하면 불안·우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8.15 13:34

수정 2014.11.07 15:16



최근 대구에서 살고 있는 이모씨(28)가 스타크래프트 게임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3시간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는 약 50시간동안 PC방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줄곧 게임에만 몰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회사에서 해고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게임 중독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이씨처럼 게임에 몰두하다 숨진 경우가 종종 발생해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왜 사망까지 이르렀나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가 게임을 했다고 갑자기 사망에 이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씨처럼 50시간 동안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돌연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인은 과로와 스트레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지만 게임이 잘 안풀리는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여기에 50시간이라는 장시간 게임을 하게 되면 과로까지 겹치게 된다. 이 때 갑자기 흥분상태가 되면 급성 심실 빈맥으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돌연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 심장과 관련한 질환이 서서히 오는 것과 달리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몇 일간 이어지는 게임 속에서 단기간에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따라서 PC방에서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라면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최악의 경우 이씨와 운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과도한 인터넷 사용이나 비디오게임으로 현실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인터넷 사용에 대한 자기조절 능력이 현저히 약해지고 인터넷 게임을 금지할 경우 심리적 혼돈과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다.

■일생생활 불가능한 게임중독

우리나라 청소년 중 10∼30%, 대학생의 10% 가량이 학업 및 또래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정도로 과도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스스로 통제하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년층이나 여성들은 병적인 인터넷 사용이 주로 인터넷 채팅에 빠지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대화형 머드 게임이나 환타지 게임과 같은 게임중독은 청소년기 학생이나 20∼30대 젊은 남성에서 많이 나타난다. 주로 게임과 채팅에 빠지는 이유는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중독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과 젊은 남성이 주로 이렇게 게임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으나 자극추구, 욕구실현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인터넷이 그 자체로는 중독적이지 않으나 온라인 이용자의 자극추구 경향이 강할수록 더 쉽게 ‘high’를 느끼게 되는데, 게임이라는 감각적이고 폭력적인 형태에 더 쉽게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실에서 이루지기 힘든 욕구를 인터넷 게임을 통해 실현하려는 욕구도 강하다. 현실에서의 학업이나 사회적 책임의 실패와 부담을 잊게 하고 ‘가상 자기실현’으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중독은 주로 정신과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우울감이나 삶의 어려움을 인터넷 사용 행위를 통해 보상 받으려고 하고, 인터넷에 몰두함으로써 우울한 감정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게임중독 치료와 예방법

게임중독과 같은 ‘병적 인터넷 사용’도 반대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중독은 약물중독이나 병적 도박과 같은 중독과는 달리 치료 목표가 완전한 절제가 아니고 적절한 사용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컴퓨터를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거실로 옮긴다. 컴퓨터와 접촉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 우울증 등 정신병리가 있으면 발견하고 이를 치료한다. 또 인터넷 게임보다 더 재미를 줄 수 있는 현실의 다른 취미, 운동, 문화 활동, 학업 성취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적절한 인터넷 사용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대 후반이나 30대의 경우 성인이 된 후 인터넷을 접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사용법이 훈련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제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 때부터 인터넷을 적당히 사용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또 때때로 컴퓨터 없이 지내는 생활의 유용함을 경험하도록 한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도 유익하다.

<도움말 : 서울아산병원 김유호 심장내과 교수, 홍진표 정신과 교수>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