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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밀리터리룩]2차대전후 유행…전쟁발생때마다 트렌드 주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8.17 13:34

수정 2014.11.07 15:09



우리에게 광복 60주년인 올해는 세계적으로 볼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이기도 하다. 전쟁은 늘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커다란 분수령을 이뤄 왔고 패션도 예외가 아니다. 전쟁은 새로운 패션트렌드를 만들고 전승자와 전쟁 발생지에 의해 새로운 유행이 창조되기 때문. 대표적인 트렌드가 전투복의 영향을 받은 ‘밀리터리룩’이다.

밀리터리룩이란 ‘군대풍의 옷차림’이라는 뜻으로 반전 의사를 나타내려는 의도 때문에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넓고 각진 어깨의 군복스타일과 군복에서 볼 수 있는 견장, 뚜껑이 있는 패치포켓과 금단추, 카키색이 특징이며 기능적·실용적인 복장을 대표하는 스타일이다.



1차 세계대전은 최초로 여성을 사회에 등장시켰고, 남성복의 디자인을 본 딴 테일러드 수트가 여성복의 형태로 새로이 정착됐다. 과거 여성복의 장식요소는 사라지고 직선적인 자켓, 걸음걸이를 편안하게 한 긴 트임이 있는 스커트와 함께 남자용 바지도 착용하게 됐다.

2차 세계대전은 여성군인의 대규모 참전으로 군복에서 유래한 정장이 더욱 보편화됐고 밀리터리룩을 전 세계 여성들에게 전파하는 계기가 됐다. 60년대 들어 입생로랑의 견장과 금색 단추를 사용한 디자인이 각광을 받으면서 밀리터리룩은 황금기를 맞았다.

60년대 베트남 전쟁은 현실 도피의 의미로 히피룩, 펑크룩을 풍미하게 했고, 1973년 중동전쟁은 그들의 민속복에서 영향을 받은 레이어드 룩과 에스닉스타일을 부상케 했다.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린 1991년 걸프전은 아메리칸 수트와 진 패션 등 미국 패션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켰다. 또한 이슬람문명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중동 민속복 디자인은 그를 세계유명디자이너 반열에 오르게 했다. 사막의 베이지 색상과 아라베스크문양, 더위를 견디는 헐렁한 외투와 얼굴가리개 차도르 등이 그것.

2003년 이라크 전쟁은 새로운 개념의 밀리터리룩을 유행하게 했는데 과거와는 달리 화사한 컬러와 여성스럽고 섹시하면서 액티브한 멋을 느끼게 했다.

근래들어 밀리터리룩은 꽃무늬와 같은 여성적 무늬를 함께 조화시키는 등 독창적 스타일로 발전하면서 군복의 색깔을 거의 찾기 어렵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패션 곳곳에 응용돼 다양한 트렌드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유명 댄스가수 보아와 이효리는 이슬람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하렘팬츠에 허리와 발목 부분을 끈으로 장식하고 여성적 무늬와 조화를 이룬 밀리터리룩을 착용해 강인하고 도발적 섹시함을 표현하고 있다.

활동성과 기능성이 강조되는 근래의 추세로 볼 때 밀리터리룩의 멀티포켓과 끈과 같은 디테일은 현대인의 감각을 잘 표현한다.
이런 유행은 반전 및 환경운동과 같은 활동을 상징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