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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미디어의 이해]각각 확장…모자이크식 글쓰기 돋보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8.24 13:36

수정 2014.11.07 14:50



캐나다 태생의 마샬 맥루한(1911∼1980)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1964)에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류 문명의 변천사에 대한 규명을 매체사적 관점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구텐베르크 은하계’(1962)에서와 같은 모자이크식 글쓰기는 ‘미디어의 이해’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전통적인 학술적 글쓰기를 거부하고 상이한 미디어체계의 분석에 제각각 부합하는 관찰과 성찰, 우화와 인용, 그리고 때로는 논리 비약적이기도 한 사변적인 장광설들을 통해서 맥루한은 전기(電氣)라는 글로벌한 미디어가 인간의 정신적 사회적 성질뿐 아니라 인지력 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중심 테제는 ‘생활세계’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형식개념에 대한 모더니즘적 강조다. 안쪽과 바깥쪽, 위와 아래, 뒤와 앞을 2차원으로 나타내어 전통적인 원근법적 환각을 버리고 전체를 즉시적(卽時的)으로 지각시키는 큐비니즘적 예술실험이 실은 전기의 발전과 함께 일어난 인류사적 최대변화의 결과다.

전기와 전자기술은 선형(線型)의 연속성에 종지부를 찍고 사물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내게 되었다. 구술의 시대인 중세의 복잡성을 압도하고, 획일성 연속성 선형이라는 인쇄의 원리가 인간의 감각을 지배하던 서구의 문명은 이제 전자시대를 맞아 다시금 전체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맥루한에게 미디어란 인간 감각의 확장이며 동시에 우리 사회의 정신생활 전체를 제약하기도 한다. 캐나다 출신의 정치경제학자 이니스(Harold Adams Innis)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맥루한은 인류사를 지배적인 미디어의 유형에 따라 구두 커뮤니케이션, 문자의 시대, 인쇄의 시대, 전기매체의 시대 등 4단계로 구분하고, 현대의 전기 매체의 시대, 즉 ‘지구촌’의 시대에 살아가는 인류는 문자와 활자매체가 억압하였던 다감각적 권능을 다시금 되찾게 되리라고 믿는다.

맥루한은 선형적인 인과관계에 얽매인 책과 영화와 같은 핫(hot) 미디어에 대비되는 쿨(cool) 미디어의 전형으로 당시 이제 막 전성기를 맞이한 텔레비전을 꼽고 있다. 캠브리지 등에서 수학한 영문학도 맥루한은 셰익스피어의 문구에서 텔레비전의 특성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조용히! 저 창문에서 스며 나오는 불빛은 무엇인가?

무엇인가 말하고 있으나 아무말이 없다. ’

한편 맥루한이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미디어적 특성은 마치 물위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 ‘마비’되어 버린 나르시스의 신화와 같은 것이다. 자기를 비추는 물(거울)이라는 미디어에 의해 성립된 자기 자신의 확장이 자신을 마비시켜 버린다. 감각이 마비된 나르시스는 자기 확장에 자기를 적응시키고 그것에 밀착하여 하나가 될 뿐이다.

/김영룡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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