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3년째 살고 있는 미국인 친구에게 “한국 사람 또는 한국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물론 예상했던 바대로 “빨리! 빨리!”였다.
이같은 한국인의 성급한 기질은 주식투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갖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안절부절못한다. 또 보유기간이 길어야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몇번씩 사고 파는 초단기투자가 성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적립식펀드를 비롯한 간접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재테크 문화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조기에 해약할 경우 원금마저 손실을 입으니 최소 수개월은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 이유야 어찌됐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한참 멀다. 상당수 간접투자상품의 만기가 1년을 넘기지 못한다. ‘펀드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만기 1년짜리 상품은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길면 20∼30년, 아무리 짧아도 3∼5년 앞을 내다보고 상품에 가입한다.
그러면 실제 장기투자가 투자자에게 정말 유리한 것일까. 적립식펀드 가입자의 사례를 통해 투자기간과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연간 수익률 3%의 차이
50대 초반의 회사원 A씨는 지난 2002년 6월 말 우리투자증권의 적립식펀드인 ‘프런티어 배당주 혼합1호’에 가입, 매달 말일이면 꼬박꼬박 100만원을 납입했다. 아들의 해외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원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투자기간을 3년으로 잡았다.
그리고 지난 6월 환매를 위해 증권사를 다시 찾은 A씨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상을 훨씬 초과한 수익률 때문이었다. 최종적으로 그의 손에 쥐어진 돈은 4510만원. 총 투자금액이 3600만원이었으니 연평균 수익률은 16.5%에 달했다.
A씨는 “초저금리 시대라는 것을 알기에 은행이자보다는 수익률이 나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지는 못했다”면서 “지금 은행에 들어있는 적금도 만기는 남았지만 중도해약하고 간접투자상품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0대 초반의 B씨도 지난해 6월 A씨와 같은 상품에 가입했다. 올 가을로 예정된 결혼자금 마련이 목적이었다. 3년 전 여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붓고 있는 적금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부족했다. 그는 씀씀이를 대폭 줄여 매달 월급의 절반인 100만원을 불입했다.
B씨는 1년 뒤인 지난 6월 결혼 준비를 위해 펀드를 환매했다. 원금 1200만원에 9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연간 수익률은 13.8%. 은행 이자율이 3.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B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수익률이 높아 ‘진작 은행 적금이 아니라 적립식펀드에 가입할 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장기투자가 유리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연평균 3%가량의 큰 차이를 보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성공의 제1원칙은 장기투자
실제 우리투자증권 ‘프런티어 배당주 혼합1호’의 가입기간별 수익률을 보면 2년 가입자의 평균수익률이 33%인 데 비해 1년 가입자는 14%, 6개월 가입자는 6%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2년 가입자는 최고 42%, 최저 2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1년 가입자는 최고 25%, 최저 1%였다. 가입기간은 불과 1년 차이지만 수익률은 최고 40% 이상의 편차를 나타낸 것이다. 가입기간이 장기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셈이다.
지금까지 만난 재테크 고수들의 공통된 성공비결 중 하나도 장기투자다. 이들 중 대다수는 장기투자를 ‘제1원칙’으로 꼽았다. 그들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부동산으로 몇배의 시세차익은 거둔 투자자들도 1∼2년 보유해서 그런 결과를 얻은 것이 아닙니다. 경제상황의 부침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누군가 높은 값을 불러줄 때까지 기다린 대가죠. 그런데 이상하게 주식투자에서는 단기간에 높은 수확을 기대합니다. 소위 ‘대박’을 꿈꾸는 거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식도 장기투자가 기본이라는 겁니다. 주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어요.”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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