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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부시 늑장대처” 집중타…“흑인·빈민층 방치 인종문제까지 번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9.04 13:38

수정 2014.11.07 14:27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대재앙 이후 뉴올리언스 등지에서 약탈과 방화, 총격전, 성폭행 등 무법천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의 늑장 대응과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분노가 솟구치고 있다. 여기에다 인종·빈부 갈등 등 미국이 안고 있는 뿌리 깊은 분열상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미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여론에 떼밀려 허리케인이 할퀴고 지나간 뒤 나흘만인 2일에야 비로소 피해 지역을 둘러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정작 약탈과 방화로 무법지대가 된 뉴올리언스 도심과 수만명의 이재민들이 수용된 컨벤션 센터, 슈퍼돔은 찾아가지 않았다.

NBC 방송은 “부시 대통령이 꼭 살펴봐야 할 지역을 뺐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에서도 부시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부시 대통령은 5일 다시 카트리나 피해지를 방문키로 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정규군 외에 1만명의 주방위군을 카트리나 피해지역으로 추가 파견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멕시코만 일대에 파견되는 주방위군은 약 4만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은 최악의 대참사였지만 미 정부는 피해지역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3일 “부시 행정부의 카트리나 재앙 대처 방식을 보면서 극히 민감한 인종 문제가 미국에서 본격 공론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론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흑인과 빈곤층을 사망 직전과 무정부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면서 이번 재해의 최대 피해자가 흑인이라고 주장했다.

뉴올리언스 전체 인구 48만5000명 중 약 10만명이 대피하지 않았고 이들 중 다수가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의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이다.

로이터 통신은 “대부분의 백인들이 대피를 했음에도 가난한 흑인은 잔류를 택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가진 어두운 그늘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인 드러지 리포트는 이날 다른 언론 매체 보도를 인용, “뉴올리언스에서 흑인 허리케인 피해자들 가운데 생존을 위해 인육을 먹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는 스스로 “할 수 있다(Can Do)”는 정신으로 무장했다는 부시 대통령이 왜 중요한 순간마다 “누가 알 수 있었겠느냐”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 하버드대 교수인 데이비드 허버트 도널드는 “우리가 방글라데시나 바그다드에 사는 것 같다”며 “84년을 살면서 이런 경우는 못 봤다”고 개탄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지역 라디오인 WWL-AM에 출연해 연방당국이 약속 시한을 한참 어겼다며 “내겐 지원 증강이 필요하다.
군대가 필요하다. 버스 500대가 필요하다.
이건 국가적 재해다”라며 “대통령에게 직접 말했고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말했고 모든 사람에게 말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