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골프산책로]시간에 쫓기면 샷 조악해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9.20 13:42

수정 2014.11.07 13:59



출근길에 보면 쌍방 2차선의 좁디 좁은 골프장 진입로에서 급추월하는 차량들이 있다. 티 오프 시간에 급해진 내장객이다. 그렇게 해서 옷 갈아입고 티잉 그라운드에 서게 되면 정상 호흡이 될 리 없고 첫 타가 신통할 수 없다. 세상만사 여유가 중요하지만 특히 민감성 스포츠인 골프에서는 더욱 그렇다.

2차대전 때 독일군 참모부는 이탈리아와의 추축동맹을 후회했다고 한다.

때로는 열광적이지만 대체로 느린 라틴 기질의 이탈리아군은 합동공격 개시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만사 과학적이고 엄밀한 게르만 기질로서는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독일군 진중에서는 이탈리아군이 분열행진 때 ‘우로 봐’를 제대로 하는 경우는 우측에 예쁜 여자가 있을 때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6·25 때 인천상륙작전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조수간만의 차가 너무나 심했기 때문에 맥아더 원수는 3개 사단을 2시간 내에 상륙시키라고 명령했다. 교두보 확보를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장에서 시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산측에서 인천을 눈여겨본 사람은 스탈린도 김일성도 아닌 마오쩌둥이었다. 주취안룽(일본 동양학원의 중국계 교수)은 ‘마오쩌둥의 조선전쟁’이란 저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소련제 무기와 고문관에 의존하면서 내심 중국군을 깔보던 북한은 마오쩌둥의 경고를 무시하다 시간을 놓쳤다.

나폴레옹 전쟁 중에 중요한 하나가 아우스테리츠(지금의 체코 지역) 전투였다. 이 전투의 승리로 나폴레옹은 유럽의 강력한 중심이 된다. 나폴레옹의 상대는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였다. 그러나 러·오 연합군의 전열은 예정대로 편성되지 않았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데 비해 러시아는 이보다 12일이 늦는 율리우스력을 쓰고 있었다. 병력 집결 시간에 차질이 생긴 것은 당연했다.


흔히 ‘시간은 황금’이라고 하지만 전장에서나 골프에서나 시간은 중요하다.

/김철 대표이사(뉴서울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