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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니체의‘비극의 탄생’]고대 그리스 ‘비극 드라마’의 고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9.28 13:43

수정 2014.11.07 13:39



니체의 문제의식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적 ‘드라마’의 탄생과 그 ‘사멸’에 대한 것이다. 니체에게서 고대 그리스 드라마의 죽음은 문학과 이론이라는 유럽문화현상의 고유성을 부각시킨 세계사적 전환점이라고 파악된다. 니체가 이 ‘비극의 탄생’(1872)이라는 저작을 통해서 제시한 이론적 틀은 텍스트에 기반한 이제껏 서구의 독서전통을 뒤흔들어놓는 것이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예술을 형성하는 2개의 상호모순적인 기본충동, 즉 아폴론적인 성향과 디오니소스적인 성향의 강조를 통해-고전주의의 소박문학이념에 맞서고자하는 의도로-고전적 형식의 엄격성과 명백함을 지닌 그리스 문화를 이와 상반된 경향들에 대한 ‘승리’라고 이해하고자 한다.

암울한 심연에서 성장한 아폴론적 문화의 개화가 그 조형적 수단과 형상성에 힘입어 음악의 정신을 복종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 예술의 긴장감 넘치는 기본구조는 우선 호머의 서사시에 각인되어 있고, 가장 첨예한 아폴론적 요소와 디오니소스적 요소의 대립은 그리스 비극에서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음악과 이미지, 즉 그리스비극에서의 합창과 장면의 구조는 전환적, 음악적 격동 속에서 형상성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구의 중심에는 고대에는 음악가와 시인이 동일시되었다는 언어관, 즉 선율이 의미 기호의 근원 형상이자 형성근원이라는 사고가 전제로 깔려 있다. 니체에 따르면 비극의 근원은 합창이고, 플롯은 2차적인 것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보자면 드라마 역시 일차적으로 서정적인 사건이 된다.

니체가 이런 식의 장르분석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러한 장르의 변천을 유도한 시대적 토대의 변화에 대한 주목이다. 특히 BC 400년 경부터 도래한 소크라테스 철학은 무엇보다 니체에게는 ‘이론적’ 인간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제껏 예술의 근본충동이었던 디오니스적인 것에 대한 등돌림을 의미한다. 소크라테스와 오이리피데스로 대변되는 이러한 전환은 철학과 서사적 언어인 로고스가 이제껏 ‘음악’이 차지했던 자리를 빼았는다.

드라마에는 이제 읽을 수 있는 줄거리(플롯)가, 신화에서는 이야기내용이 중심이 되고, 관람대신에 판단과 독서, 문체, 비평, 문학이론이 갈라져 나옴으로써, 주체와 그 주체의 미적 경험이 성찰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니체는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경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극의 재탄생으로까지 나아갈 희망을 보았고,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소크라테스주의적 철학에 기반한 현대의 문화에 대항할 수 있는 ‘신화를 재탄생시킬 수 있는 음악의 능력’을 보았다.

니체의 이러한 논의는 후에 벤야민, 가다머, 드 만 등에게서 재연되고, 프랑스의 상징주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음악적인것의 운명에 대한 논구는 게오르그 서클이나 토마스 만 등에 영향을 미치고, 그의 예술가 형이상학은 시인 벤에게서 다시금 반향을 얻는다.

/김영룡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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