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전자어음 도입 보름]사고 막고 시간절약 ‘만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0.17 13:48

수정 2014.11.07 13:03



#1.지난 14일 오전 10시 중소 건설업체 A사 사장실. 회사 대표 이모사장은 지방에 있는 협력업체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어음용지를 꺼내는 대신 컴퓨터를 켰다. 거래은행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한 뒤 어음을 받을 협력업체명과 대표이름, 금액, 만기일 등을 입력하고 공인인증서로 전자서명을 받은 후 ‘전송’을 클릭했다. 어음용지를 꺼내고 도장을 찍거나 어음을 위탁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할 필요도, 받을 사람과 직접 만날 필요도 없이 결제가 완료됐다.

#2. “전자어음은 종이어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합니다. 종이어음을 발행하려면 은행에 가서 용지를 받아와야 하지만 전자어음은 인터넷뱅킹을 통해 어음 발행에 필요한 몇가지 항목을 입력한 뒤 공인인증서로 전자서명만 하면 됩니다.

수취인 입장에서도 어음을 받기 위해 회사나 은행까지 올 필요 없이 인터넷 뱅킹으로 받으니까 제주도에 있는 거래처와도 어음 거래가 쉬워요.”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로 전자어음을 발행한 전자설비업체 삼진전설의 김성관 사장은 전자어음에 대해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컴퓨터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돼 경제적, 시간적 절약효과가 대단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분실이나 도난 등의 문제도 없고 거래 투명성도 높아지는 등 장점이 상당하다. 가히 ‘금융거래의 혁명’이라고 할만하다는 평이다.

김사장의 경우 사내의 모든 결제시스템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어음만 서류로 처리되는 것이 불편해 회계사무소에 지급할 용역비중 일부를 전자어음으로 결제하기로 마음 먹고 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전자어음 거래를 신청했다고 한다.

거래은행에 전자어음 이용자 등록을 하고 수취인에게도 거래은행에 수취인 등록을 하도록 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지만 이후의 모든 과정은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돼 훨씬 간편하다며 중소기업들이 이용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부진, 왜?

전자어음 서비스가 시작된지 보름남짓, 첫 이용자인 김사장은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으나 실질 이용 현황은 미미하다. 은행중 처음으로 전자어음을 발행했던 우리은행의 경우 이후 추가적인 전자어음 발행이 없었고 다른 은행들도 다섯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이용자가 적다.

어음결제의 신기원, 금융의 혁명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왜 이렇게 부진할까.

금융결제원 박광헌 팀장은 “전자어음제도가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 사용건수가 많지 않다”며 시기상조론을 꺼냈다. 박팀장은 “최고금액은 약 4억원, 대개는 몇백만원 정도의 소액어음이 주로 발행된다. 하지만 최근 각 은행별로 전자어음 이용 등록 기업이 크게 늘고 있어 곧 활성화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김사장은 사용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어음제도가 편리하지만 어음 사용관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이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어음)할인이 안 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죠. 만기전에 할인을 할수 없으니 수취인은 만기까지 기다려야만 합니다. 전자어음 시스템에서는 백지어음을 이용할 수가 없는 점도 문제예요. 그러니 영세 하청업체는 마음이 굴뚝같아도 전자어음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전자어음도 연내 할인 가능해질듯

전자어음 활성화의 걸림돌이었던 어음할인 문제는 곧 해결될 전망이다. 현재 할인 방안을 둘러싸고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이 협의중이며 연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은행 e비즈니스 사업단 김일락 차장은 “종이어음은 수취인이 직접 회사나 은행에 와서 어음을 찾아가거나 우편으로 보내는데 은행에 위탁할 경우 건당 3000∼7000원의 위탁 수수료가 드는 반면 전자어음은 발행수수료 1000원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서 “또 우편으로 보낼 경우 분실하면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전자어음은 그런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전자금융부 주이규 팀장은 “전자어음이 활성화되고 인터넷을 통해 할인이 이뤄질 경우 사채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대기업 등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각종 비용이 줄어들고 투명성이 제고되므로 곧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해킹 등에 의한 금융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며 은행이 전자어음 보안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대기업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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