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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해도 너무한 땅주인 ‘알박기’…“사업할 힘 안나요”

함종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01 13:52

수정 2014.11.07 12:36



중견건설사인 월드건설과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내달초 아파트 분양을 준비중인 S시행사는 사업승인후 최종 분양준비 단계에서 부지매입문제로 최근 곤욕을 치렀다. 사업대상 부지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연립5층 단독주택 소유자였던 지주 K모씨가 토지소유권 이전을 하루 앞두고 돌연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잠적, 일주일 넘게 연락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K씨는 감정가 13억원 정도의 주택을 3배 수준인 30억원에 팔기로 계약까지 했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꿔 국제전화상으로 50억원이 넘는 금액과 양도세 전액부담을 요구했다. S사는 매도청구소송을 통한 법적인 해결도 고려해봤지만 사업승인까지 난 시점에서 분양이 지연될 것을 우려, 결국 요구금액에 가까운 40억원이 넘는 보상과 함께 양도세까지 부담 해줘야만 했다.

◇지주들, ‘한번 발담그면 신세고친다’=정부가 건설사와 개발사업자들의 개발이익에 대한 규제 강도를 날로 높여가고 있지만 정작 개발사업현장에선 ‘알박기’, ‘버티기’ 등 지주들의 고질적인 전횡을 막지못해 분양가 상승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54층 초고층 주상복합의 분양, 하반기 2만가구가 넘는 아파트 분양이 몰려있는 대구 지역에선 이같은 ‘알박기’ ‘버티기’ 등이 점조직적인 형태로 발전, 해당 사업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개발자와 건설사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대구지역 시행사인 쎄븐산업개발 김무성 본부장은 “수성구 일대에서는 소규모 시행사 형태의 조직이 실제 자신들은 한푼의 돈도 들이지 않고 개발소문이 도는 일대 지주들을 상대로 동의서와 가등기를 미리 받은후 , 사업이 확정되면 개발시행사를 상대로 감정가의 3∼4배의 보상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들 조직중 일부는 법무사 등 법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직 종사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해박한 법적 지식을 통해 일반지주들을 전문적으로 선동하고 다닌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또 만약, 매도청구소송에 패할 것을 우려, 해당토지에 엄청난 금액의 담보 및 근저당까지 설정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조직적인 행태에 영향을 받아 투기와는 거리가 먼 일반 지주들사이에서 조차 소위 ‘한번 발 담그면 평생 신세 고친다?’라는 의미를 담은 ‘일족회’(一足會)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더욱 문제가 큰 것은 이들이 토지 매매계약후 계약금과 중도금을 이미 받은 후에도 다시 웃돈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사업비 증가 및 분양지연 등으로 사업자들의 피해만 더욱 커져가고 있다.

◇사유재산보호만 인정, 사업자 권리보호는 어디에?=그러나 개발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알박기’ 및 ‘버티기’에 대한 법적인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 사업승인 시점까지 토지소유자들은 얼마든지 매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A지주가 B시행사와 매매 계약을 맺고 중도금까지 받은 이후라도, 제3자가 나타나 위약금을 물고 웃돈을 얹으면 얼마든지 계약은 파기될수 있다는게 시행사들의 얘기다. 실제로 대구, 울산 등지에서 진행되는 많은 민영사업장이 지주들의 2중 계약으로 문제가 발생, 사업지연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지주들이 감정가 3배 이상의 과다한 금액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계약자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법률에 따라 매도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질적인 한계점이 많다는게 건설사와 시행사의 얘기다.

GS건설 개발사업부 관계자는 “매도청구 소송의 법적조건상 3개월간 예비매도자와 성실한 협상을 했다는 증빙자료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승인후 소송을 하게 되면 분양시점이 적게는 3개월에서 1년이상 미뤄질수 있어 사업지연과 함께 금융비용 부담만 더커지는 꼴이돼 결국 지주들의 요구에 끌려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건설사와 개발사업자에 대한 개발이익금 부과 등을 통해 분양가 상승을 견제하고 있지만 또다른 분양가 상승의 주요 원인인 지주들의 과당 이익챙기기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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