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 기술력을 보유한 포스코에 지난달 말 도요타 경영연구회가 출범했다. 회원들은 그동안 ‘6시그마’를 추진해 온 핵심 인재들이 대부분이다. 연구회 결성은 지난 9월 말 광양제철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도요타를 둘러본 후 위기의식에서 나온 결과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시작된 ‘6시그마’를 통해 매년 수천억원대 비용을 절감한 포스코가 이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요타 배우기에 나선 것이다.
‘잃어 버린 10년’을 되찾은 일본의 불황 탈출 원동력은 여러가지로 설명된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구조개혁과 맞물려 금융권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일본 경제의 기반을 견고하게 재구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본 기업과 노동조합이 함께 일궈낸 세계 정상 수준의 생산성은 일본 경제를 불황의 늪에서 건져낸 확실한 기폭제가 됐다.
최근 GM으로부터 후지중공업을 인수, 세계 2위 자동차기업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 도요타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의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요타뿐만 아니다.
시간관리 강화를 통해 업무과정의 혁신을 일궈내 마쓰시타의 ‘RIAL’ 운동이나 상품개발 스케줄의 혁신을 통해 생산을 높인 산요 등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 신현균 생산성혁신센터장은 “일본 기업들은 불황을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생산성
일본은 당연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생산성을 자랑한다.
2일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기준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우리나라를 100으로 할 경우 일본은 245.3으로 우리나라의 2.5배 수준에 이른다.
노동생산성의 절대적인 수치뿐 아니라 임금과 생산성간의 비교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국민경제 생산성 증가율이 마이너스 0.2%를 기록한 지난 2002년 명목임금상승률은 마이너스 1.6%에 달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0.1%에 달한 2003년 명목임금은 마이너스 0.5%를 기록했다.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철저히 국민경제생산성 증가 범위 내에서 이뤄져 왔다. 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시간당 임금지수를 생산성지수로 나눈 단위노동비용지수(1999년 100 기준)에서도 2000년 94.4, 2001년 98.8을 기록한 이후 낮아져 지난 2003년에는 92.1을 기록했다. 2000년 들어 2.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같은 기간 14.5%포인트 상승한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전문가들은 고율의 임금 상승이라도 생산성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생산성 증가율을 초과하는 임금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일본은 지난 97년 이후 경제 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고용보장이 일반화된 일본 입장에서는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등으로 고용형태를 다양화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 일본 내에서는 자유로운의 의미인 ‘프리’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인 프리터(Freeter)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일본 공장의 50% 이상이 임시직을 고용 중이며 45% 이상은 임시직 고용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용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실업률은 지난 2002년 최고 5.4%를 기록한 이후 2003년(5.3%) 들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반전했다.
지난해부터는 4%대에 접어든 이후 지난해 말 기준 4.5%로 낮아졌다.
이러한 실업률 하락은 개인 소비의 뚜렷한 증가를 이끌며 일본 경제가 내수 주도의 선순환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는데 일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상철 전문위원은 “일본은 고용 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실업을 해소했다”면서 “유연화된 노동시장을 기반으로 일본 경제는 10여년간의 장기 불황을 탈출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축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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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i9@fnnews.com 서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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