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여 전대 새판짜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02 13:52

수정 2014.11.07 12:33



“과연 비상구는 있는가”

잇따른 선거참패로 궁지에 몰린 열린우리당이 위기탈출구를 차고 있다. 당의 위기원인을 진단하는 한편 중앙위원회 재구성 추진과 내년초 임시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우리당 정세균 의장 겸 원내대표와 비상집행위원 등 임시 지도부는 2일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정 의장은 이날 30여명의 당직자들과 함께 임시 지도부 출범 후 처음으로 현충원을 찾아 헌화·분향한 뒤 방명록에 ‘우공이산’(愚公移山.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라고 적고,새출발의 각오를 다졌다.

우리당 집행위는 이날 저녁 당의 위기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정책연구원 등의 분석을 청취하는 심야 토론회를 가졌다.

집행위는 3일에는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를 불러 최근 상황에 대한 조언을 듣고, 4일에는 1박2일간의 합숙 토론을 갖기로 했다

집행위는 이에 앞서 1일 밤 심야회의를 열고 ▲‘열린우리당 무엇이 문제인가’를주제로 한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 개최 ▲사회원로, 종교단체 의견청취 ▲집행위 워크숍 등의 실천프로그램을 이달 중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집행위는 또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앙위원회의 사령탑인 상임중앙위원들이 사퇴한 마당에 중앙위원들이 자리를 그냥 유지한다는 것은 게 명분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속내는 현 중앙위원회를 완전 해체하고 새 판을 짜자는것으로 볼 수 있다.

임시지도부로 출발한 비상집행위가 지난 1일 그 명칭을 ‘임시집행위’에서 ‘비상집행위’로 바꾸고 ‘제2의 창당’을 목표로 내건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전대에서 구성될 차기 지도부에게 환골탈태한 ‘새 당’을 넘겨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중앙위원회의 새판짜기는 당내 세력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당내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 99명의 중앙위원들은 각 계파의 당내 기반 중심축이다. 내년 5월의 지방선거 공천은 물론 대선 경선 준비 과정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내년 전당대회에서 중앙위를 재구성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계파간의 전면전은 불가피하다.

중앙위는 현재 정동영 장관계와 김근태 장관계가 팽팽한 가운데 개혁당파, 친노직계 등이 소수지분을 갖고 있지만, 전대를 거치면서 급격한 기상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기 전대로 갈 경우 새로 구성되는 지도부가 2007년 12월의 대선을 관리하게 되므로 차기 대권주자 진영은 이번 전대에 승부수를 걸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앙위원회 재구성을 놓고 당내 개혁당파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중앙위 재구성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상집행위는 단순히 과도기 역할 수행에 그쳐야 하며, 중앙위 해체는 중앙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morning@fnnews.com 전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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