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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매각’ 채권銀 신경전



현대건설 조기 매각을 둘러싸고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의 주가가 정점에 이른 만큼 매각을 서둘러 투입 자본 회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겹치기로 인수합병(M&A)이 시도될 경우 매각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어 두 은행간 첨예한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건설 운영위원회는 다음주 실무자 모임을 갖고 현대건설 새 주인 찾아주기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인 외환은행은 ‘별도의 채무 재조정(리파이낸싱) 없이 이달 중으로 곧바로 매각작업에 들어가자’는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별도의 리파이낸싱을 거치지 않고 원매자와의 협상을 통해 매각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주가가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 매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매각을 서두를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맞서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리파이낸싱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며 “매각가격을 떠나 회사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리파이낸싱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부채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부채의 대부분이 2∼3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여서 채권은행들의 만기연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라는 초대형 건설회사의 매각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건설이 동시에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두 회사 모두 제값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요공급 원칙상 매물 과다로 인해 투자자가 분산돼 가격하락을 유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M&A 전문가들도 대우건설-현대건설의 동시 매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칸사스 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기업 내용과 사업영역 등이 엇비슷해 원매자가 중복된다”며 “자칫하면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건설의 매각이 어려워져 국가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최근 대우건설의 매각 주간사로 삼성증권-씨티글로벌마켓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올해 말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내년 상반기 최종 매각의 일정을 잡았다.

따라서 외환은행의 의도대로 현대건설의 매각작업이 이달부터 시작될 경우 대우건설과 거의 비슷한 스케줄로 M&A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약 3조8000억원에 달하며 매각 대상 주식인 51%의 주식가격은 약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 매각이 임박하자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 등 외환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서둘러 처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외환은행의 대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운영위원회는 외환은행의 주도로 지난달 19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회의를 갖고 현대건설 조기 매각을 협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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