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철도공사에 대출해준 유전사업 계약금의 절반 이상을 아직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러시아 페트로사흐 유전 인수사업 계약금으로 철도공사에 620만달러를 대출해줬으나 이중 350만달러를 계약이 파기된 지 1년이 가까이 된 현재까지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특검 조사 결과 지적됐다.
여신 규정상 우리은행은 유전사업 계약이 파기됐으므로 계약금 명목의 대출금을 바로 회수해야 하지만 사실상 다른 용도로 대출금이 유용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특검팀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350만달러(56.4%)를 계약이 파기된 지 1년 가까이 되는 현재까지 ‘정상 대출금’으로 관리중이다.
우리은행측이 당초 대출기한인 3년이 지나지 않아 변제를 촉구하지 않고 있으나 미회수된 350만달러는 철도공사가 계약 파기로 러시아측에 떼인 ‘손해배상금’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계약금’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특검측의 입장이다.
대출 당시 용도와 다른 목적으로 자금이 유용되는 셈이므로 은행으로선 대출기한을 따지지 않고 상환을 독촉해야 할 ‘기한이익 상실’에 해당되는데도 여신 규정을 위반한 채 돈을 돌려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측이 대출 당시 제공하기로 확약한 담보내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철도공사가 사업주체로 내세운 철도교통진흥재단은 대출 당시 재단 소속 자회사 3곳의 보증과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및 페트로사흐 주식 등을 담보로 내걸었다. 그러나 재단측은 페트로사흐 유전 인수 계약을 파기하면서 KCO와 맺은 주식양수도 계약을 무효화시켰고 자회사 3곳도 지난해 말 철도공사측에 넘긴 상태여서 담보 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점도 기한이익 상실 사유에 해당되므로 우리은행은 620만달러를 불건전 자산으로 분류한 뒤 철도공사측에 변제를 요구해야 한다는 게 특검측의 판단이다.
특검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아직도 대출금 회수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며 “다만 은행측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수사 결과 정·관계 외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배임죄 등을 적용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유전사업 계약 파기는 철도공사와 은행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이자 연체 등 명백한 약정 위반시 적용하는 ‘기한이익 상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로펌의 조언으로 정상대출금으로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또 “대출금 회수 노력을 전혀 안한 것은 아니고 철도공사측에 돌려달라고 요청은 했으나 회수를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