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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겨우 숨통 트인 수도권 공장건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4일 8개 첨단 업종에 한해 대기업들도 수도권 안에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 회복을 앞당기려는 올바른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당장 LG그룹 계열의 LG화학·전자·이노텍·마이크론 등 4개사가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LG전자측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LG필립LCD의 경기 파주 7세대 라인과 함께 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을 반기면서도 몇가지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LG그룹은 당초 4개 계열사가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정부 결정이 표류하자 투자액을 절반 수준인 1조8000억원으로 줄였다. 대기업 공장의 수도권 진출에 난색을 보이던 정부에 타협안을 제시한 셈이다. 세계 어느 나라 기업이 정부 승인을 얻기 위해 투자를 반으로 줄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

당정은 또 이번 결정의 유효 기간을 내년말까지로 제한하는 한편, 사안별 허용 방침을 세웠다. 요즘 같은 기술 혁신 세상에 정부가 도장을 찍어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투자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실제 이번에 공장 신·증설 허용 대상이 된 인쇄회로기판 업체 대덕전자의 한 관계자는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며 “규제가 언제 풀릴지 몰라 올 여름 신규 법인을 설립해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지난 9월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수도권 공장 규제로 인해 모두 15개사, 4조9450억원에 이르는 관련 투자가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성장동력을 갉아먹었다는 뜻이다. 또 외국 기업에만 25개 첨단 업종에 대해 수도권내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다.


정부·여당은 그 동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줄기차게 말해 왔으나 기업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결정도 정부·여당이 마치 기업에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이뤄져선 안된다. 당·정은 올 연말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6∼2020년)을 확정할 때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확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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