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이 한번만 품에 안아봤으면…”25년전 잃어버린 딸 찾는 명노일씨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06 13:52

수정 2014.11.07 12:28



“못 지켜줘서 너무 미안해요. 울면서 아빠를 많이 찾아다녔을 텐데….”

딸 혜진씨(1976년11월5일생)를 찾고 있는 명노일씨(52). 그는 지금도 딸을 잃어버리던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온다. 충남 논산에서 79년 12월 서울 불광동으로 이사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80년 2월 중순께 당시 다섯살이던 딸 혜진이는 오빠와 불광동 집앞에서 놀고 있었다. 버스운전을 하던 명씨와 그의 아내가 모두 일을 나가고 난 후였다. 두 남매만 남아 놀고 있던 중 혜진이가 아빠를 만나러 가자며 오빠인 기원씨(33)를 조르기 시작했다. 귀찮았던 오빠가 거절하자 혼자서 아빠를 만나러 나갔던 혜진이는 하지만 그 후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서울로 이사온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도 길눈이 어두웠어요. 찾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봤지만 지금도 안타까워요. 지리를 조금만 더 잘 알았다면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명씨는 당시 딸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앞니 두개가 까맣게 썩어 있었고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운동복 상의 뒷면에는 ‘청도관’이라는 태권도장 상호가 봉제돼 있었다. 신발은 빨간색 운동화였는데 혜진이는 운동화를 신을 때 늘 앞코를 바닥에 찍어 앞부분 헝겊이 하얗게 닳아있었다고 한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구구단도 다 외우고 가수 혜은이의 ‘제3한강교’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다 불렀어요. 누가 물어보면 아빠, 엄마, 오빠 이름도 또박또박 말하고 ‘나는 충남 논산에 산다’고도 대답 했지요.” 그만큼 똑똑했던 딸이 돌아오지 못한 것이 명씨는 더욱 안타깝다.

딸을 잃어버릴 당시 함께 있던 아내는 혜진이의 친엄마가 아니었다. 생모 박종임씨는 혜진이가 네살 되던 해 집을 나갔고 명씨는 그 후 양장점에서 일하던 지금의 아내 박순자씨를 만나 이제까지 함께 살고있다.

“그때 오빠인 기원이는 엄마라고 부르며 아내를 잘 따랐는데 혜진이는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는 박종임이야’라면서 오빠를 야단쳤어요.” 명씨는 딸이 지금도 그때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거라 믿고 있다.

명씨는 그동안 방송사 등 딸을 찾기 위해 안다녀 본 곳이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집도 여러번 찾았다. “점쟁이가 해외에 입양돼 잘살고 있다고 찾지 말래요. 그래도 포기를 못하겠어요. 어디선가 아빠를 찾으면서 울고 있을 것만 같아서….”

최근 명씨는 심근경색으로 건강이 많이 안좋아졌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바닥에 빨간 운동화를 콕콕 찍던 딸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프니까 자꾸 조급해져요. 죽기 전에 우리 혜진이를 꼭 찾아서 한번만 품에 안아봤으면 좋겠어요.”

/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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