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에 경기 파주 출판단지 택지 조성비 세부항목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이후 ‘원가공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6일 정부와 여당도 토지 원가공개를 담은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을 밝히면서 판결에 힘을 실어줬다.
토공측은 완강히 반발하며 항소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땅장사’ 비판을 수차례 받아온 공기업에 대한 투명성 강화 목소리가 높아 택지 조성비 원가는 공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원가공개 서민에게 이득”=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의 분양가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서민들은 더 싼 값에 내집 마련을 할 수 있고 청약저축·부금 등 청약통장이 더 큰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엔알 박상언 사장은 “제일 먼저 공공택지 내 분양가가 더 내려갈 수도 있어 서민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면서 “공기업의 주택사업 목표가 저소득층을 위해 저렴한 집을 공급하는 것인 만큼 이번 판결은 큰 방향에서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택지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토공 등은 택지사업을 하면서 한쪽에서 많이 올린 이득으로 다른 쪽의 손해를 메워 왔다”면서 “원가가 공개된다면 앞으로 이득이 예상되는 곳에서만 사업을 벌여 정부의 8·31 후속대책인 택지 공영개발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 옥죄는 ‘원가공개’=건설업계는 공공택지 조성원가 공개가 분양원가 공개로 이어질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심 판결이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까 우려된다”면서 “가뜩이나 시장이 안좋아 사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인데 당분간 아예 사업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건설사의 예민한 반응에는 현재의 분위기가 ‘원가공개’ 쪽으로 상당히 쏠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8·31 후속대책으로 과도한 분양가 인상을 막기 위한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공공택지 내 모든 평형에 대해 원가연동제를 실시하고 공공택지 내 중대형의 경우 공영·민영 모두 택지 매입원가와 택지공사비를 공시토록 했다.
중견업체인 D사 관계자는 “이미 원가연동제가 실시됐고 민영 아파트도 택지 매입비 등의 공개를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원가공개의 효과가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나온 판결로 주택업계는 사업이 위축돼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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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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