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석칼럼]우즈와 미셸 위의 1등론/방원석 논설실장

방원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08 13:52

수정 2014.11.07 12:25



골프는 흔히 인생사에 비유되기도 한다. 플레이가 순탄하다가 금세 고비를 만나고 다시 난관을 헤쳐가는 파란만장한 일련의 과정이 서로 흡사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심판자가 돼야 하는 골프는 상대방의 성격, 매너, 스타일, 심지어 도덕성까지 살펴볼 수 있는 사교 스포츠로 묘미가 넘친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의 유료 정보사이트인 ‘세리 CEO’가 세계적 남녀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와 미셸 위에 대한 주목할만한 보고서를 냈다. 기업이 타이거 우즈와 미셸 위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보고서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흥미를 끄는 대목이 있다.


우선 ‘타이거 우즈의 열정 리더십’이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 황제로 불리는 것은 랭킹 1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집념의 열정 때문이라는 이색적인 분석을 했는데 공감가는 지적이다. 한 예로 지난 8월 개최된 PGA챔피언십을 들었다. 1라운드에서 5오버파 75타로 113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그는 이에 개의치 않고 뒷심을 발휘해 2라운드 62위로 간신히 컷오프를 통과한 뒤 3라운드 20위, 여세를 몰아 최종 라운드에서 공동 4위를 마크하는 기염을 토했다.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 열정

바로 이런 불가능,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 타이거 우즈의 집념과 끈기의 열정을 기업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탁월한 기본기가 뒷받침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또한 미셸 위가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보다 더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비결에 대해 그녀가 ‘창조적 파괴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의 엄청난 인기는 기존사회의 관념과 틀을 호쾌하게 무너뜨리는 과감함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이를 기업 경영에도 도입할 만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기존 질서를 깨는 과감함이란 ▲성별을 깨뜨리고 권위있는 남자대회에 출전한 것 ▲프로 데뷔 시기를 파격적으로 앞당긴 것(18세에서 16세) ▲미숙함과 노련함이 공존하는 경기 운영 등을 제시했다.

첫째, 천부적인 소질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점이다. 타이거우즈나 미셸 위 모두 공교롭게도 동양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동양인들은 끈기와 집념, 섬세함에서 우월하다. 타이거 우즈는 흑인 특유의 탄력성, 유연함에다 동양인의 섬세함을 함께 갖추고 있다.

둘째, 독보적인 상품성이다. 우선 신체적인 조건에서 다른 선수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장 183㎝인 미셸 위의 장신은 바로 엄청난 비거리와 파워를 끌어내는 동력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소 300야드를 넘나드는데 이는 세계적인 남자 톱 프로들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골프 팬들이 왜 열광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기존관념을 깨는 미셸 위의 지존적인 상품성이자 그녀만의 트레이드 마크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미셸 위에게 거액의 도박을 거는 것은 이런 지존적인 상품성 때문이다. 소렌스탐이 여자 필드를 장악하고 있다지만 쇼적인 면은 플레이에 없지 않은가.

끈기와 집념이 일류되는 길

셋째, 탄탄히 다진 기본기다. 타이거 우즈나 미셸 위는 태어나면서 부모에 의해 골프 선수로 기획됐고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났다. 초·중·고교 시절 골프에 입문한 프로 선수들과는 기본기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타이거 우즈가 아무리 어려운 난관에 봉착해도 기적의 샷을 연출하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풀하고 정교한 플레이, 완벽에 가까운 스윙 폼은 어릴 때부터 조련된 것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플레이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타이거 우즈와 달리 미셸 위는 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아직 어린 탓에 위기관리 능력이 약한 게 흠이다. ‘창조적 파괴자’이지만 바닥서 치고 올라가는 끈기와 집념이 부족해 이를 보완해야 정상에 설 수 있다.


얘기인즉슨 기업이든, 개인이든 실력과 간판보다는 끈기와 집념이 일류가 되는 왕도임을 늘 잊지 말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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