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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산문,편지에 담긴 추사의 魂 느껴보세요”/추사 글씨전여는 김영복



“추사 김정희의 글씨는 한·중·일 3국의 역사를 모두 훑어봐도 가장 훌륭합니다. 왕희지도 한수 아래예요.”

11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과천시 과천시민회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추사의 작은 글씨전 ‘붓 천자루와 벼루 열개를 모두 닳아 없애고’를 전시 기획한 김영복씨(50·사진). 그는 추사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 톤이 살짝 높아지는, 그야말로 추사의 열혈 팬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고서전문 서점인 ‘문우서림’을 운영하는 덕분에 많은 글씨를 접해온 그지만 김정희의 추사체는 유난히 애착이 간다고 한다. 그의 글씨에 빠져들기 시작한지 어느덧 20년. 이제는 추사 연구회를 만들고 활동할 만큼 전문가가 됐다.

김씨는 김정희의 추사체를 ‘3차원의 글씨’라고 평가한다. 한나라 이전에 쓰던 전서, 한나라 때 쓰던 예서, 진나라 왕희지가 쓰던 행서와 초서, 당나라의 해서, 이 모든 글씨체를 융합해서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글씨로 완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생전에 붓 천자루와 벼루 열개를 닳아 없앴다고 해요. 결국 추사체를 만들어 글씨를 한단계 끌어 올렸죠. 그런데 그 훌륭한 분이 혼란기에 태어나서 인정도 많이 못받고 참 힘들게 살다 가셨어요.”

그를 알리고 싶어 경기 과천에서 2년째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과천은 김정희가 유배에서 풀려나 세상을 뜨기 전까지 5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과천시는 김정희를 ‘과천의 인물’로 지정해 홍보를 원했고 그 뜻이 김씨와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마련된 올해의 전시회에는 추사가 남긴 편지나 산문 등을 모았다.


“대작이야 워낙 신경 써서 쓴 글씨들이니까 훌륭한건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그 작은 글씨들에서는 추사의 진짜 필체가 나와요. 완숙미를 느낄 수도 있고 연구자료로도 커다란 가치가 있지요.”

전국 곳곳에서 추사가 남긴 작은 글씨들만을 모아 진위를 가리고 해석하는 것까지 직접 챙겨야 하지만 김정희를 알릴 수만 있다면 몸이 고단한 건 아무래도 좋단다. “내년이 추사가 돌아가신지 150주년이 되는 해예요. 그래서 내년에는 추사 문집에 실려 있지 않은 작품들과 추사의 생애를 담은 전기도 모아서 대대적으로 전시할 예정이에요. 이 작은 전시들은 사실 내년을 위한 준비과정인 셈이지요.”

앞으로 과천시와 손잡고 그의 생가도 복원해 박물관처럼 꾸밀 계획이다. 추사를 되살려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도 알리고 싶다는 그는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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