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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인도 복식]바느질 있고 없고따라 ‘부정의’ ‘정의’로 나눠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09 13:53

수정 2014.11.07 12:22



불교의 원산지이자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인도. 8억명의 인구를 거느리며 우수한 정보기술(IT) 인재와 풍부한 노동력으로 최근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신흥경제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소위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불리는 미래의 강대국에 속한다. 오는 2030년 무렵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도약할 인도에 한국과 여러 나라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인도의 사회·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인도는 수천년을 지켜온 전통 가치와 이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다. 인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 복식도 빠뜨릴 수 없다.


인도 복식이라고 하면 이마에 점을 찍고 배꼽티 격인 촐리(Choli)와 스커트를 입고 얼굴을 가리는 사리(Sari)를 두른 인도 여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터번을 쓰고 흰색의 구르다(kurdha·튜닉류)나 초가(choga·재킷류)와 도티(dhoti·바지의 일종)를 입은 인도남성도 떠오른다.

인도 복식의 개념은 전통적인 계급제도인 카스트에서 나온 것으로 정의(淨衣)와 부정의(不淨衣)로 나눈다. ‘정’은 깨끗하다는 뜻을, ‘부정’은 깨끗하지 못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의복에 적용되는 개념은 바느질법과 관련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인도인들은 바느질하지 않는 옷을 ‘정’한 옷으로, 바느질을 한 옷을 ‘부정’한 옷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도 여성복인 ‘사리’가 바느질을 하지 않은 대표적인 ‘정’한 옷에 속한다. 사리는 긴 천으로 입을 때 맨살 위나 촐리라는 타이트한 상의 위에 두르는 것이 원칙이다. 이 경우에 허리 부분이 노출돼 배꼽이 드러나는 경우가 보통이며 대부분은 반소매다.

인도에서는 배꼽 티가 야한 것이 아니다. 어깨나 종아리 부분이 드러날 때가 오히려 야하다고 여겼다. ‘사리’는 주로 힌두교의 여자가 입고 카스트제도에 따라 계급을 표시하기도 했다.

남성복 중에서는 ‘도티’가 바느질을 하지 않은 정한 옷이다. 도티도 한 장의 천으로 허리에 두르며 색은 전통적으로 흰색이 많다. 이 또한 힌두교도들의 일반적인 복장이다.

현대 패션에서 인도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이후부터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웰빙을 추구하는 세계인들로 하여금 요가 등 인도풍 유행과 패션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통이 넓고 바느질하지 않은 인도 복식들의 풍성한 주름을 특징 잡아 표현했다. 인도인의 대담한 원색 색상 배합을 응용하며 강렬한 이미지를 표출했고 페이즐리 무늬와 미러워크(Mirror work·동그란 모양의 거울을 옷감에 고정시키는 것) 기법을 응용했다.

홀치기 염색법(‘묶는다’라는 의미로 염색하기 전 직물의 일부를 실로 묶어 염액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한 후 감은실을 풀어 묶은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게 되는 염색법)도 많이 이용됐다.

구슬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도의 장신구의 인기는 이미 정착된 지 오래다. 젊은 여성들이 축복을 원할 때 부적처럼 몸에 새기는 일회용 문신 ‘헤나’ 그리기도 유행했다.
카슈미르 지방의 양털로 짠 숄인 ‘파시미나’의 소유는 멋쟁이들의 고급 아이템이다.

인도 전통복식에 대한 이해는 인도 진출기업들에 필수적이다.
그 옷을 보는 것은 물론 때로는 직접 입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윤정 경원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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