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하에서는 내년 시즌에 몇 개의 대회가 열리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한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골프장의 코스 사용료에 대해 이렇게 볼멘 소리를 한다. 올 시즌 KPGA는 SBS코리안투어 9개 대회를 포함해 총 15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총 11개의 공식대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2005시즌을 보내면서 양 협회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대회 개최장소 유치. 대부분 골프장들이 코스 훼손과 회원 불만을 이유로 대회 유치를 기피하는 바람에 스폰서측이 이와 같은 영업 손실 보전을 담보하는 것이 바로 코스 사용료다. 우리에게 있어선 오랜 관행이 되고 있는 이것은 대회 개최를 명예로 여기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적 골프문화다.
코스 사용료는 이를 부담해야 하는 스폰서측 입장에서 보면 ‘옥상옥’이다. 따라서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기업들이 골프대회 스폰서로 선뜻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모 그룹 홍보 담당자는 “골프 대회 후원이 효과적 마케팅 기법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총상금과 부대 경비 외에 엄청나게 늘어난 코스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커 부득이 스폰서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올 시즌 치러진 대부분의 토너먼트는 2억∼4억원의 코스 사용료를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신한동해오픈을 후원한 신한지주금융측이 레이크사이드CC에 지불한 4억원이 최고액이다. 지난 6일 끝난 동부프로미배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는 2억원을 비에이비스타CC에 지불했는데 이는 KPGA 기금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물론 코스 사용료를 받지 않고 대회를 유치한 골프장도 있다. SBS코리안투어 가야오픈을 개최했던 경남 김해의 가야CC는 코스 사용료를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 반면에 일부 골프장에서는 경기 당일 일반팀을 선수 바로 뒷조에 받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양대 협회는 대회 개최에 대한 골프장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골프 토너먼트에 대한 골프장들의 인식 전환이 없는 한 코스 사용료는 해를 거듭할수록 천정부지로 치솟아 대회 유치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골프장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양대 협회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들이 프로골퍼에 대한 예우에 미온적인 상황에서는 협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다. 현재 KLPGA 홍석규 회장의 계열사인 강원도 평창의 보광휘닉스파크GC는 양 협회 정회원에 한해 2만원(특소세)을 공제해 주는 선에서 예우를 해주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프로골퍼 요금 9만원을 받고 있는 아시아나CC(KPGA 박삼구 회장 계열사)는 양반인 셈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국내 골프 발전을 위해 프로골퍼들에게 회원 수준의 예우를 해주고 있는 경기도 여주의 한일CC(대표이사 양문홍)를 비롯한 일부 골프장들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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