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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유사 유가조작 조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10 13:53

수정 2014.11.07 12:20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석유 메이저들의 휘발유 가격 조작과 석유 정제능력 제한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9일(현지시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데보라 메이저러스 FTC 위원장이 상원합동청문회에서 이같이 증언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러스 위원장은 이날 상원 상무·과학·교통 위원회와 에너지·천연자원 위원회 합동청문회에서 엑손 모빌, 셰브론, 코노코 필립스 등 미국 석유메이저들과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로열 더치 셸 등 외국 석유메이저 미국 지사에 소환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FTC가 파이프라인, 정유시설, 석유하역시설 등을 운영하는 이들 업체에 대해 지금 당장은 가격 담합 등과 관련한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정도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FTC의 조사가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저러스 위원장은 “휘발유 업체들간 반경쟁적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게 된다”며 “만약 그런 사실이 적발된다면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FTC는 내년 봄까지 조사를 마무리해 의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FTC의 이번 조사가 지난 여름 145억달러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에너지 산업에 지원키로 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FTC가 유가 담합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법안이 통과된 지 한달도 안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과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하면서 정유시설 8곳과 해상 석유생산 시설 대부분이 폐쇄돼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값이 사상최고치인 갤런당 3.07달러로 치솟았고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루면서 마침내 의회 청문회와 FTC 조사로 이어졌다.

메이저러스 위원장은 이날 증언에서 “FTC는 카트리나 뒤에 이뤄진 가격결정 과정을 포함한 시장행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카트리나 직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고 불법 행동은 없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가 고공행진을 막기 위해 의회가 고려 중인 석유초과이득세 신설 등 정유사들의 고마진을 제한하는 법률 제정에는 반대했다.

메이저러스 위원장은 “업체가 가격으로 지나치게 높은 마진을 거두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은 가격을 억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며 “직접적인 가격제한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묶이면 고유가에 따른 자연스런 소비감소가 이뤄지지 않아 공급부족 현상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석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유사의 폭리와 가격 담합 비난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3분기 약 100억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려 미국 기업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한 엑손모빌의 리 레이먼드 회장 겸 CEO는 “석유산업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수익이 유난히 커보이는 것 뿐”이라면서 “수익을 에너지원 확대와 신기술 개발 등에 대거 재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셰브론의 데이브 오라일리 최고경영자도 “미국내 석유·천연가스 탐사가 너무 어렵다”면서 휘발유값 급등의 책임이 비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을 취해온 정부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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