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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두산 비상경영위가 해야할 일



검찰의 비리 수사가 끝남과 때를 같이해 두산그룹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총수 일가 4명을 비롯해 전문경영인 10명이 불구속 기소된 두산 그룹으로서는 당연한 대응이다. 경영 공백 최소화도 절박한 문제지만 새로운 기업 문화를 창출, 두산그룹의 거듭나기 발판을 마련하는 것 역시 비상경영위원회의 몫임을 알아야 한다. 비상경영위원회가 시야와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은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다는 점이다. 검찰이 ‘봐주기’ 또는 ‘형평성’ 논란에 휘말려들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불구속으로 결론을 낸 것은 비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가 아니다. 중심에 자리한 박용성 전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이란 점을 참작해서 내린 결론이다. 이는 비록 기업인으로서는 비리의 중심에 서 있으나 민간외교 분야에서의 지금까지 이룬, 그리고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공적이 ‘구속 기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배려할 부분은 과감하게 배려해야 한다’(10월28일자 본지 사설)고 주장한 까닭이다. 따라서 두산 그룹은, 비상경영위원회는 이러한 배려에 보답할 책무가 있다.

기업의 책무는 높은 경쟁력 확보를 통해 고용 확대를 포함한 지속적 성장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비롯한 외형적인 것보다 도덕성과 투명성 확보가 절대조건이다. 총수 일가 4명과 전문경영인 10명이 기소된 것 역시 도덕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다. 지금까지 그룹의 성장을 견인해 온 이른바 ‘형제 중심의 가족 경영’이라는 두산그룹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이처럼 좌초한 근본 배경도 따지고 보면 투명성과 도덕성 결여에 있다. 따라서 두산그룹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도덕성과 투명성 회복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두산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대주주인 오너의 관여 없이 모든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나 ‘국민·주주·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각오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이는 기업과 대주주인 총수 일가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가 얼마나 빨리 달성될 수 있느냐는 비상경영위원회를 비롯한 두산 그룹의 몫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