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 자산운용업계가 ‘울상’이 된 반면 증권업계는 ‘꿈’이 이뤄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당장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아직 갈길이 멀다는 뜻일 게다.
우선 국내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수수료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는다. 시황에 따라 수익 규모가 달라지는 ‘천수답’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익률 저하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다수 증권맨들은 “지금과 같은 활황장세에 예전같으면 수익이 몇배는 넘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IB업무의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IB부문은 전체 수입의 10%에도 훨씬 못미친다. 중소업체의 기업공개(IPO) 등이 주요 수입이고 대형 인수합병(M&A)은 외국계 증권사가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M&A조차도 외국계가 독식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아직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에 비하면 자본과 인력에서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자본력의 확충을 비롯해 전문인력의 육성과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그렇다면 해답은 명백하다. 무엇보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보다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업계 일부의 우려대로 대형사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특정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전문화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빅뱅’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각종 금융 규제를 철폐하는 본격적인 신호탄이자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여기에 증권업계의 앞날이 달려 있다.
/ blue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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