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주세 인상에는 반대하면서 복지예산을 늘리라는 정치권에 대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부총리의 발언은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출산이나 사회복지 안전망 대책을 강화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서두르라는 여권의 주문이 정치적 이해관계만 생각하는 무리수라는 말과 다르지 않아 주목된다.
정부는 당초 소주· 위스키 세율 인상으로 3200억원, 액화천연가스(LNG) 세율 인상으로 4600억원을 각각 확보하고 비과세의 감면이나 축소방안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마저 반대하고 나서 사실상 세수 확보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야당의 반대기류는 거세다.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감세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이니만큼 당연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정부가 제출한 비과세 감면 축소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의사 표명이라는 차원을 떠나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당의 입장도 야당과 별로 다르지 않다. 지도부 차원에서는 목적세 같은 세금 신설을 만드는 대신에 일시적 조치로 이뤄졌던 비과세 감면은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방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게 여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증세에 해당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데 따른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제 개편안을 통해 1조1000억원 정도를 증세하려는 정부 계획의 상당부분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대책과 사회안전망대책을 위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2조5000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수입은 없는데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게 된 셈이니 한부총리가 어려움을 토로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복지예산 확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간편한 방법은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의 방안을 충분히 이해하는 이유다. 그러나 수입을 늘리는 간편한 방법만 생각하지 말고 우선 지출항목의 타당성부터 검토해야 마땅하다. 사실상 증세에 따르는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복지예산은 확보할 수 있는 지혜를 정부당국자들이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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