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갑근세는 늘고 종소세는 줄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14 13:53

수정 2014.11.07 12:16



내년에 일반 봉급 생활자들이 부담하는 갑종근로소득세(갑근세)가 올해보다 26%나 늘어나게 됐다.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6년 소득세 세목별 세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소득세 세입 예산액은 27조6777억원으로 올해보다 8.6% 늘어나지만 이 가운데 갑근세는 26%나 증가한 12조321억원으로 책정됐다. 반면에 개인 사업자 등이 주로 부담하는 종합소득세는 올해 예산에 비해 7.6%, 양도소득세는 3.8%, 외국계 기업 종사자 등에게 부과되는 을종 근로소득세는 50%가 줄어들어 징수하기 가장 쉬운 근로자들의 부담만 커지게 된 셈이다.

‘유리 지갑’이라는 원성이 터져 나올 만큼 봉급 생활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자영업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감소하는 추세에서 늘어나는 소득세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득세 규모가 크게 늘어나도록 책정한 것은 임금이 올라가는데다가 일자리도 늘기 때문이고 부담이 커지는 계층은 고소득층에 한정된다고 설명한다.


누진 세율이 적용되므로 소득 증가 폭에 비해 갑근세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측면이 있지만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봉급 생활자들의 임금 인상률이 저조한 것을 감안하면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회의원 행정부 고위급 인사 기업의 임원 등 최상위 그룹은 실제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고 있다는 통계청의 분석을 감안하면 실제로 중간계층 근로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책정액이 크게 증가한 것도 문제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실제 소득세 징수액이 세입 예산액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갑근세 징수액은 당초 세입 예산액보다 12.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초과 징수가 올해까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종합소득세는 지난 2002년부터 세입예산액을 밑돈데 이어 올해도 12.7%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 확보 방안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봉급 생활자의 부담만 늘리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 통계청의 분석대로 소득에 비해 세금 부담이 작은 개인 사업자나 최상위 그룹 등을 대상으로 세원을 확충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부진 등으로 임금 인상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봉급 생활자들만 쥐어짜는 조세 행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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