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서울 대림역 지점에는 한국에서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늘 찾는 ‘금융 해결사’가 있다.
지난 9월부터 대림역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위 행원(25·여)이 그 주인공. 외환은행 중국 대롄 지점에서 2003년 5월부터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파견을 나왔다.
대림역 주변은 중국에서 온 산업연수원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조선족 동포들이 밀집한 지역이지만 은행 직원들이 중국어에 능통하지 못해 이들의 은행 이용이 불편한 것을 보고 중국 현지 직원을 파견했다.
오위 행원은 중국어와 한국어가 모두 능통해 간혹 조선족으로 오해를 받지만 한족이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현재 웬만한 한국어 대화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중국에서 온 동포(그는 중국인들을 동포라고 지칭했다)들이 집으로 송금하러 제일 많이 오는데 한국어에 서툴러서 잘 못해요. 제가 송금 신청서도 대신 써주고 한국말을 잘 못하면 중국어로 통장 개설이나 송금 상담도 해주다 보니 통역역할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간혹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오위 행원은 예금거래서 신청서 작성 및 직불카드 발급 등의 서류 작성을 도맡아준다. 은행원의 영역을 넘어서 애로사항에 대한 하소연을 듣고 한국 물정에 대한 설명까지 카운셀러 역할을 맡는다.
“한국에는 조선족도 많지만 한족 중국인들도 많아요. 조선족들은 대개 한국어가 되지만 한족들은 한국도 낯설고 말도 서투른데 제가 은행에서 중국어로 맞아주고 또 같은 한족이라고 하니까 더 반가워해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경기 시흥 외국인 근로자연수원을 방문해 신규 입국해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은행 홍보와 함께 통장 개설, 고용 보험 등에 대한 설명을 도와준다. 대림역 지점을 이용해달라는 홍보도 빼놓지 않는다.
“중국어가 통하는 지점 직원이 없다보니 멀리 수원, 인천에서도 찾아오세요. 덕분에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지만 한국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은행 업무를 할 수 있어 너무 즐거워요.”
은행에서 마련해준 지점 인근의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오씨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한국에 유학 온 대학시절 친구들과 만나고 서울 인근으로 나가 가을 경치를 즐기기도 한다.
“중국에서도 외환송금업무를 주로 해서 업무는 어렵지 않아요. 중국 동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고 한편으로는 한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아요. 아직 한국 친구가 많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이 사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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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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