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 환경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과 책임 등도 끊임 없이 바뀌어가는 환경에 맞춰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인력개발 프로그램 업무를 담당했던 도널드 맥휴는 ‘최고의 인생을 위한 게임(원제 Golf and the Game of Leadership)’에서 골프 코스 속에서 리더십을 찾고 있다. 무대는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의 유서깊은 인버니스골프장의 블랙코스다. 이 코스는 단순해 보이지만 심오하다. 18개의 각 홀에는 리더로서의 조건,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 등 18가지의 성공 법칙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각 코스에는 쟁쟁하고 든든한 갤러리들도 함께 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 ‘구성(求聖)’ 보비 존스, 진 사라센, 톰 왓슨 등 한 시대를 풍미했거나 현재 진행형인 인물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통해 비즈니스와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리더십 게임을 풀어놨다.
여기에 저자가 현장에서 느낀 실전적인 지침들과 세계 굴지의 기업주들이 선사하는 지혜로운 극복 사례들이 이해의 깊이를 더한다.
저자가 리더십을 골프 코스 속에 녹여 놓은 건 골프와 비즈니스, 그리고 인생이 모두 한 선상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골퍼는 코스를 상대로, 자기 자신을 상대로, 경쟁자를 상대로 경기한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절망적인 상황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성공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뒤따른다.
플레이어는 골프 코스에 있는 벙커, 해저드, 러프, 단단하고 굴곡을 알 수 없는 그린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공략을 할 때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조건은 항상 같지 않다. 때론 비가 오기도 하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있는가 하면, 계절에 따라서도 그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1번홀에서 첫 티샷을 날릴 때와 마지막 18번홀에서 퍼팅을 하는 순간에도 코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플레이어에게 가장 적절한 상황 판단을 요구한다. 리더가 수시로 직면하는 위기와도 같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역설한 여우의 머리와 사자의 발톱을 가진 리더를 거부한다. 생존과 성공을 위한 경쟁 세계는 냉혹하지만 저자는 장기적으로는 윤리적 행위가 리더십 게임의 선수인 리더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보호해 준다고 강조한다.
골프선수들이 종종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실격 처리되는 것처럼 리더가 엄격한 자기 절제와 통제, 그리고 솔직함으로 조직원들에게 다가설 때 조직원들은 리더에게 무한한 신뢰를 실어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각 홀마다 리더로서의 자신의 위치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문답풀이와 즉석 팁 등은 자칫 지루함에 빠질 우려를 불식시켰다. 다만 전문 영역에 해당하는 골프 관련 부분을 번역하다보니 약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더는 고독하다. 스스로 판단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코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선수도 바람의 세기, 방향, 잔디의 결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샷을 날린다. 홀 바로 옆에 볼을 떨어뜨려 승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킬 때 갤러리들은 우뢰와 같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한다. 고독한 리더가 모두의 리더가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freegolf@fnnews.com 김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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