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지속 등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3·4분기 상장기업의 영업실적이 전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2·4분기를 바닥으로 실적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환율하락 등 그동안 기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요인들이 최악의 국면을 지난데다 앞으로는 국내경기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전망이어서 이같은 실적호조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피, 제조업 금융업 모두 호조
16일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법인 533개사의 3·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총 154조8218억원으로 2·4분기보다 1.62% 증가했다. 또 영업이익은 14조1970억원으로 11.45%, 순이익은 12조3923억원으로 8.00%가 각각 늘어났다.
올들어 3·4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액의 경우 총 457조56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91%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상반기 부진으로 40조5051억원, 36조5763억원으로 각각 15.23%, 8.0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의 전체 순이익은 31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3·4분기는 비용처리가 늘면서 2·4분기보다 실적이 나빠지는 게 일반적 추세지만 올 3·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액정표시장치(LCD) 부문 호조와 금융업의 충당금 전입액 감소로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3·4분기까지 누적 실적도 지난해가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유가 등 대외 경제여건의 악화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145조6994억원, 10조5431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28%, 7.42%씩 증가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24%로 전분기보다 0.53%포인트 높아졌다.
금융업은 매출액 9조1224억원, 순이익 1조8493억원으로 각각 7.20%, 11.43% 증가해 제조업에 비해 실적 개선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영익 상무는 “기업실적은 2·4분기를 저점으로 3·4분기보다 4·4분기에는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회복되면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4·4분기 이후에도 환율과 유가 등 외부환경의 안정세에다 국내경기 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실적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지금이 경기회복 초기단계로 판단돼 이같은 실적호전은 적어도 200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스닥, 일반기업 선전 벤처기업은 고전
환율하락이 3·4분기 코스닥 일반기업과 벤처기업의 수익성 향방을 갈랐다. 코스닥기업의 순이익은 감소했으나 매출액 규모면에서 비중이 큰 일반기업은 원화환율 하락,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에 비해 선전했다.
코스닥기업의 3·4분기 전체 매출은 13조8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0.84%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7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0.71%, 순이익은 4000억원으로 11.23%가 증가해 수익성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율하락 및 정보기술(IT) 부문의 경쟁 심화 등으로 9월 말까지 누적순이익과 누적영업이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27.32%와 10.35%가 감소했다.
코스닥상장법인 가운데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9.0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9.85%, 순이익은 32.07%가 감소했다. 일반기업 역시 매출액은 29조9050억원으로 1.83% 확대됐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96%, 23.37%가 감소했다.
금융업의 매출액은 1589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6.65%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익은 모두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토지신탁의 656억원 대손충당금 과대 설정에 따른 적자발생이 원인으로 한국토지신탁을 제외하면 흑자로 전환했다.
코스닥시장본부 이규성 이사는 “IT부문의 경쟁심화와 터보테크및 로커스의 특별손실 반영으로 코스닥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았으나 3·4분기를 바닥으로 홈쇼핑, 인터넷업종, 게임업종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cha1046@fnnews.com 차석록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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