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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국민銀,외환 인수경쟁…‘자금 동원력’이 좌우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17 13:53

수정 2014.11.07 12:09



"외환은행 인수, 결국 외부 투자자 유치의 협상능력에 달렸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표명함에 따라 인수 후보자인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중 누가 자금동원력 면에서 비교우위를 지녔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정중동(靜中動)의 전략가적 측면을 지닌 강정원 행장과 기획력과 아울러 때로는 과감한 포석을 사양하지 않는 김종열 행장의 대조적인 스타일과도 맞물리면서 인수합병(M&A)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17일 "현재로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신용등급과 수익성, 자금운용 면을 비교할 때 누가 자금조달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는 12월1일 지주사로 공식 출범하는 하나은행의 경우 동원 가능한 자금을 100% 출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끌어들이는 돈만큼 출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상으로는 자기자본인 5조4000억원을 금융지주사가 그대로 물려받아 100% 출자할 수 있다.

반면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국민은행은 은행법상 자회사 출자는 자기자본의 15%만 가능하다. 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은 9월 말 현재 11조7856억원이기 때문에 1조7700원 정도 동원할 수 있다. 여기에 10월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종합검사에서 현재 3등급으로 떨어져 있는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이 2등급으로 오르면 출자범위는 30%까지 늘어난다. 출자한도가 3조5000억원가량으로 2배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등급이 오른다 해도 시가총액이 9조원에 육박하는 외환은행의 단독 인수는 여건상 불가능하고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다.

자금에 관해 국민은행은 어떤 공식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날 "(외환은행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등을) 검토한 바 없으며 공식화되어야만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태스크포스팀(TFT) 성격은 아니나 이미 3∼4명가량의 실무진이 외환은행 인수의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인수할 여력과 조건만 되면 못할 게 없지 않느냐는 게 내부 기류인 것으로 안다"면서 "강행장이 단순히 언론플레이 차원의 '립 서비스'를 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지주사 체제로 가는 하나은행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면에서는 국민은행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하나금융지주의 지주사 설립 후 지분 구성 추정치가 골드만삭스 9.36%, 테마섹 9.06%, 탬플턴 8.64%에 달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이들 주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들 주주가 외환은행 인수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할 경우 하나지주의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 인수를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이와 관련, 최근 "우리는 외환은행을 사려는 게 아니라 시간을 산다"는 말로 현재 외환은행 주가로는 외국인 주주의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반면 국민은행은 최대주주 지분이 4.06%(ING)에 불과해 투자자 유치면에서 한결 자유롭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면에서 국민은행이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M&A에 밝은 한 은행권 관계자 역시 "국민은행이 지주사 형태가 아니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자금조달이 가장 쉬운 회사"라며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점이 다양한 전략적 제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금동원의 열쇠를 쥔 전략적 제휴는 결국 누가 제휴과정의 협상부문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관한 한 두 은행 모두 '용호상박'의 형국이다. 국민은행은 국민·주택·장기신용은행·국민카드사, 하나은행은 충청·보람·서울은행 합병 과정에서 각각 풍부한 경험과 협상력을 쌓았다.


이와 관련,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해외 여러 곳에서 투자자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혀 투자자 유치 일정이 궤도에 올라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수시 주식 교환방식을 취할 것도 언급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역시 그의 신중한 행보를 감안할 때 이미 다양한 전략적 복안을 수립했기 때문에 인수 포문을 연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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