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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18일부터 정상회의]DDA협상 농업부문 돌파구 초점

김영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17 13:53

수정 2014.11.07 12:08



“농업분야부터 뚫어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21개국 정상들은 19일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특별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 특별성명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농업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정상들이 특별성명을 채택하게 된 이유는 WTO DDA 협상이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난관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이뤄지는 조치다.

■DDA 첫단추 농협분야 활로 뚫어야

APEC 회원국들은 DDA 협상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오는 12월 홍콩 각료회의를 3주 앞두고 유일한 대규모 정상 모임인 APEC 정상회의에서 적어도 DDA 협상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농업분야의 활로를 뚫을 ‘모멘텀’을 준다는 계획이다. 바로 특별성명 채택이다.

윤강현 외교통상부 WTO과장은 17일 부산 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특별성명이 실질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전세계 무역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APEC 회원국 정상들의 과감하고 균형된 결과물을 촉구하는 성명 채택을 통해 지지부진한 DDA 협상의 진전을 촉구한다는 데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DDA 협상이 홍콩 각료회의에서 좌초할 경우 모든 국가가 개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가는 매우 복잡한 통상환경으로 전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WTO 핵심세력 중 하나인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이 오는 2007년 6월 종료돼 홍콩 각료회의의 좌초는 WTO DDA 협상 자체를 수년간 더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DDA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FTA를 포기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본격 FTA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존스턴 사무총장은 최근 “양자 합의가 다자 합의를 대체할 수 없다”며 “양자간 FTA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혼란의 불씨가 되고 이른바 ‘스파게티 볼’ 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DDA 협상 5개 부문서 대립

DDA 협상은 농업·비농업(NAMA)·서비스·무역규범 등 5개 부문에서 미국·EU·브라질·인도 등 4개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이 국가들은 협상의 출발점인 농업부문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APEC이 이례적인 특별성명을 통해 타결을 촉구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과 인도 등은 선진국들의 과감한 농업 개방 없이는 비농업 개방도 없다는 식으로 사안을 연계시켜 DDA 협상에 임하고 있다.

이번 특별성명은 또 농업분야의 시장접근(관세 인하)·국내 보조·수출보조금 등 3대 쟁점 중 수출보조금 부문에서 선진국들이 2010년까지 모든 보조금을 철폐해야 한다고 못박는다. 수출보조금 폐지에는 찬성하면서도 기한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 EU를 압박하는 전략이 구사되는 셈이다.

그러나 APEC이 이같은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는데도 농업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EU와 인도, 브라질 등이 APEC 비회원국이어서 특별성명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최근 DDA 협상 동향에 대해 “농업분야 관세 감축률의 경우 미국과 EU, 그리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21개 수출개도국(G21) 등이 주장하는 비율차가 크다”면서 “그런데도 협상을 위해 자국안을 후퇴시키는 징후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아울러 농업분야 외에도 비농업(NAMA), 서비스, 무역규범 분야에 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협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홍콩 각료회의에서는 공산품과 수산품 등 NAMA분야에서도 개도국의 반발이 예상된다”면서 “APEC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성명에서 비농산물 분야에 ‘스위스 공식’을 도입하고 과감한 감축조정계수(coefficients)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의료 등 서비스?WTO DDA 규범을 어길 경우 제재조치 등을 담은 무역규범 등 어느 부문 하나 쉬운 것은 없다”며 “농업부문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DDA 협상은 결국 좌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libero@fnnews.com 김영래기자

■사진설명=도널드 창 홍콩 행정수반이 17일 오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IT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를 찾아 전시장을 돌아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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