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클릭]루머에 빠진 ‘케넷-STC 합병’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0 13:53

수정 2014.11.07 12:07



직접판매 업체인 위베스트와 STC인터내셔널을 주력으로 하는 케넷그룹과 STC그룹간 합병 선언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않아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양측은 구체적인 실천 전략 없이 합병을 선언하면서 ‘위기탈출용’ 합병이란 소문이 돈 데 이어 이번엔 합병 자체가 ‘쇼’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양측은 이번에도 이런 루머를 강력 부인하는 한편, ‘일부 사업자가 루머를 시장에 퍼뜨려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 루머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업계서에는 양측의 주장을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케넷이나 STC그룹이 합병을 놓고 실제로 협상을 진행했는지 의심스럽다”, “사업자의 반발을 축소하기 위한 양측의 고도의 전략이다” 등의 말들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관측과 분석의 근거로 두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지난 8월 5일 안홍헌 케넷그룹 회장과 이계호 STC그룹 회장이 양사의 합병을 선언한 뒤 100여일 지난 현재까지 합병에 대한 후속조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합병을 선언한 후 양사의 교류는 늘었다. 그러나 이회장이 김포공항 케넷 사옥을 몇차례 방문, 사업자 교육을 하거나 음악회 등 이벤트 행사를 양사 공동으로 주최한 것이 고작이다. 최근엔 케넷이 신사동 STC사옥에 위베스트 강남지사를 설립했으나 이 역시 합병의 사전 절차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케넷측은 지난 9월 합병을 위해 지주회사인 케넷홀딩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공수표’가 될 상황이다. 케넷측은 안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어서 당장 지주회사를 설립할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두번째는 케넷그룹과 STC그룹이 합병을 놓고 여전히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케넷측은 여전히 합병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STC측은 전략적 제휴성의 통합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양측 모두 기본적인 내용부터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케넷측이 STC를 인수 합병하게 되면 STC의 제품력과 케넷의 조직력이 합쳐 다시 도약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 된다. 또한 사업자 상당수가 떠난 STC로서도 조직력이 충분한 케넷으로의 제품공급은 분명 매력적이다.

아직까지 루머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양측 모두 합병(통합)에 대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이같은 루머에 무게를 실어주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양측 모두 합병(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당분간 독립경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루머가 낭설로 판명되더라도 위기탈출용 합병설은 그만한 유인을 갖고 있는 이상 제3,제4의 루머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그게 시장 이치이기 때문이다.

/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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