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50명 가운데 현대자동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42위, 이건희 삼성 회장은 47위에 올랐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존경받는 50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32위에 올랐다. 파이낸셜 타임스(FT)지와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공동으로 25개국 최고경영자(CEO), 펀드 매니저 95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50대 기업’ 가운데 미국이 24, 독일 6, 일본이 3개사인데 비해 우리는 기업이 1개사, 기업인이 2명밖에 선정되지 못한 것은 세계 11위권의 교역 규모에 걸맞은 결과라고는 보기 어렵다. 물론 국가 경제 규모가 반드시 존경받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인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반기업 정서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잘못에 대한 폭로 경쟁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기업과 기업인이 국내 요인, 특히 기업 경영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폄훼되고 있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존경받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기준이 윤리성에서 ‘리더십과 혁신?성장?창의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기업의 윤리적 측면을 외면하거나 경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윤리성에 더해 혁신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 비리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윤리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개연성이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이 고유가로 엄청난 이익을 낸 석유업체에 대해 초과 이득세를 부과하자는 법안을 부결시킨 것도 세금 중과를 통해 기업의 기를 꺾었을 때의 후유증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지배구조 문제를 비롯해 여러 규제로 재벌을 압박하고 있는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내년 우리 경제가 현재의 전망대로 5% 내외의 성장을 달성하려면 그리고 실업 문제를 완화하려면 먼저 기업이 안심하고 혁신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대 기업이나 기업인에는 뽑히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최근과 같은 경기 부진과 저성장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기업의 기부터 살리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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