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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與 ‘李전차장 자살’ 초긴장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의 자살에 정치권이 초긴장하고 있다.

정국 뇌관은 그가 왜 자살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아 직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검찰 역시 “왜 자살에까지 이르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드러나면 도청 정국은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일어날 형국이다.

김 전 대통령측이나 여당인 열린우리당,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은 그의 자살 하루 뒤인 21일 일단 ‘안타까운 일’이라는 공식 반응만 내놨다.

그러나 잠복된 경우의 수들은 만만찮다. 우선 DJ측의 얘기대로 ‘무리한 수사 탓’ 일 경우, 현 여권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은 엄청나다. 신 건 전 원장의 변호를 맡은 우리당 의원들에 따르면 신 전 원장 구속 직전 이 전 차장이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 “죽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의 옥죄기가 원인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권은 이럴 경우 호남 민심이 완전히 돌아설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의식한다. 이 전 차장의 자살이 도청 수사에 음모가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는 호남 민심을 극도로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5월의 지방선거가 큰 암초를 만나게 된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를 도덕적으로 흠집 내려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논평한 것도 여권의 이런 불편한 심사와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는 이 전 국정원 2차장의 자살에 대해 “우선 정확한 경위부터 파악돼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어떤 입장이 있을 수 없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도 잘 치렀는데 이런 일이 생겨 더욱 안타깝다”며 뜻밖의 악재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 morning@fnnews.com 전인철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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