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한국사회 고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2 13:54

수정 2014.11.07 12:04



서울 영등포에서 한 때 식당 5개를 운영하던 이모씨(43)는 노숙자가 될 처지가 됐다. 이씨는 지난 98년 친구를 따라 경마장에 가본 뒤 시작하게 된 도박에 중독돼 전 재산을 날렸다. 이씨는 경륜·경마·카지노·성인오락실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도박에만 매달려 왔다.

경기도 분당의 주부 안모씨는 갓 돌이 지난 딸을 안고 도박중독에 빠진 남편을 찾아다니다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거가 불확실한 김모씨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에 나가는 그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처럼 마약보다 무서운 도박에 중독돼 썩어 가고 있다. SBS ‘뉴스추적’은 23일 오후 11시5분 개인의 생활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무참히 파괴하는 도박중독증에 걸린 한국사회를 고발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도박 중’ 편을 방영한다.

죽음의 늪 도박, 한국 성인의 9.3%인 320만명이 도박중독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선진국의 3배다. 게다가 서울역 앞의 노숙자들은 3분의 1이 도박중독자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도박 중독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오히려 도박을 부추기고 있다. ‘파친코’나 다름없는 성인오락실이 버젓이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구청의 허가를 받고 우후죽순처럼 확산돼 전국에 2만여개나 생겼다.

대로변에 진출한 성인오락실은 하루 매출만 1억여원, 순이익은 1000만원을 넘는다. 서울 종로나 영등포에는 하루 이익만 2000만원에 달하는 오락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한달 판매된 성인오락실 상품권만 3억5000만장, 1조7000억원이나 된다.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은 성인오락실 붐에 품귀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 내국인 카지노,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까지 각 지자체들은 앞다퉈 사행산업을 유치하고 있다. SBS ‘뉴스추적’은 만연하고 있는 한국의 도박문제를 진단하고,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통해 ‘노름 공화국’의 실체를 추적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SBS '뉴스추적'은 23일 오후 도박중독증에 걸린 한국사회를 고발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도박 중' 편을 방영한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11시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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