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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석칼럼]‘토끼식’ 개혁과 강북 소외론/방원석 논설실장



빨리빨리 조급증과 다이내믹한 기질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 국민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다. 우리가 이런 기질 덕분에 30년 압축경제성장을 만들고 요즘 ‘정보기술(IT) 코리아’의 성가를 높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전에 영국의 경제시사지 ‘이코노미스트’가 토끼와 거북의 우화를 인용하면서 일본의 개혁을 거북의 행보에 비유했는데 일본과 달리 우리는 ‘토끼식’ 개혁에 중점을 둬온 측면이 강했다는 생각에 그만 무릎을 쳤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일본의 ‘거북식’ 개혁은 ‘토끼식’ 개혁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우선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을 이끌어 가고 국민 동의를 얻어 차근차근 일을 추진해간다. 모든 것은 국가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두는데 집요하고 끈질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런 ‘거북식’ 개혁은 우리에게 체질상 맞지 않는다.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토끼식 개혁’이 우리에게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토끼식’ 개혁은 구호가 거창하고 추진이 일사분란한 장점이 있지만 조급하게 추진되는 탓에 늘 뒤끝이 개운치 않다. 빠른 성과를 위해 지름길도 마다지 않는데 그 성과의 빛과 그림자가 너무 뚜렷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신도시는 ‘토끼식’ 개혁 산물

그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 일대 주거혁명을 단행한 지난 90년대의 경기 분당·일산 등 5개 신도시 건설. 10년도 안 걸린 이 신도시는 외국인들도 감탄하는 대역사로 기네스북 감이다.

견강부회 같지만 신도시 건설은 오늘날 서울 강남?북간의 경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 원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역량이 총투입된 신도시가 강남·북의 불균형 발전을 가져오고 급기야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5개 신도시건설을 전형적인 ‘토끼식’ 개혁의 산물로 보는 것은 이런 시각에서 유추한 것이다. 역대 정권은 강북 개발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색내기 힘든 개혁이라는 정치적인 계산부터 했으니 신도시 건설은 단기 성과만을 노린 ‘토끼식’ 개혁이 아니고 뭔가.

사실 강북 개발은 신도시 건설로 철저히 소외됐다.광복 60년, 전후 50년이 흐른 서울의 모습을 보라.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강북의 한복판에 아직도 달동네, 비좁은 도로가 여전하다. 강북 소외의 결정판이 아닌가.

물론 신도시 건설은 당시 집값 폭등의 불길을 꺼야되는 당위성이 없었던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국가 운영의 철학과 비전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낙후된 강북은 신도시 정책의 최대 희생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당시 ‘거북식’ 개혁으로 갔어야 옳았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강북 개발을 먼저 추진했어야 마땅했다. 당시 국가적인 역량과 재원을 신도시 건설 대신 강북에 몽땅 투입했더라면 강남·북의 격차 해소는 물론, 국가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지금 와서 뉴타운이다 뭐다 수선을 떨며 뒷북을 치고 있는데 개발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혁명하듯, 판을 뒤집듯 어느날 갑자기 개혁 어젠다로 들고나와 쇼크 요법식으로 추진되는 이런 ‘토끼식’ 개혁은 대부분 국민의 동의가 생략되는 특성을 갖는다. 한건주의에 연연하게 되면서 개혁은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리는’식으로 결말나게 돼 있다. 그래서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긴다. 단계적인 수순을 밟지 않고 단기간에 혁명적인 성과만을 노린 탓에 이런 저런 부작용이 생기는것이다.

각종 개혁 국민동의 있어야

역사는 어리석게 되풀이되는 법이다. 국가균형 발전이란 미명 아래 추진되고 있는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거창한 국가 개조론 또한 장밋빛 꿈에 젖어있다. 참여정부의 이같은 각종 개혁이 실적주의, 한건주의에 연연하는 ‘토끼식’ 개혁의 덫에 걸려있는 것은 아닌지, 꿈만 있지 철학과 비전이 없는 ‘생뚱맞은’ 개혁은 아닌지, 다시 반문하고 점검해야 한다. 과거 신도시 건설의 빛과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또다른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가장 걱정인 것은 지금 국민의 동의가 생략된 채 추진되는 개혁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빨리 합의를 얻어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나마 국민 동의가 있어야 추진 동력을 얻게되고 이런 저런 개혁이 생명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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