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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이후]건배주 천년약속등 매출 급신장

이인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2 13:54

수정 2014.11.07 12:04



부산·경남 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벌써부터 유명세를 타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회의 공식 만찬의 건배주였던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을 비롯, 정상회의장 내부의 정보기술(IT) 조형물 설치업체와 컨벤션 설비업체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업체들은 21개 APEC 회원국 정상과 600여명의 거물급 기업인, 3000여명의 각국 취재진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줘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자평하는 등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천년약속

회사 관계자들은 지난 18일 저녁 해운대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에서 열린 정상 만찬에서 자사 제품 ‘천년약속’이 건배주로 오르자 감격에 휩싸였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정상들의 만찬 자리에 자기 회사 제품이 사용된 것 자체가 영광일 뿐더러 파급효과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상황버섯 발효주인 ‘천년약속’은 부산 APEC 기간에 열린 4차례의 공식 만찬에서 건배주로 채택됐다.
지난 14일 각국 통상각료 대표단 환영만찬과 16일 최고경영자 회의(CEO 서밋) 참가자 환영만찬 등에서다. ‘APEC 건배주 5관왕’의 기록을 세운 셈이다.

김성렬 대표이사는 22일 “생애 최고의 영광”이라고 자평하고 “자만하지 않고 경영에 더욱 전념해 부산의 전통주인 천년약속을 세계적인 술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들디자인

이 업체는 벡스코 내 정상회의장 및 컨벤션 3개 회담장의 내부 장치(12억5000만원어치)를 서울 업체인 시공테크와 함께 담당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다 벡스코의 APEC 회의장 내 ‘부산 도시 홍보물’(10억원) 및 전시물, 2차 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의 실내 인테리어를 단독으로 해냈다.

회사측은 APEC 정상회의장 시설을 맡은 업체라는 ‘브랜드’와 회사 이미지 제고, 시공과정에서 쌓은 기술력(노하우)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들디자인은 홍보부스뿐 아니라 정상회담장인 누리마루 내부 디스플레이 작업과 국제미디어센터 천장의 대형 배너 설치도 담당했다.

인들디자인은 이번 행사로 20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이선학 대표는 “여러차례 실패를 거듭하다 5년 전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제야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면서 “APEC에서 얻은 자신감이 회사 성장의 큰 밑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엔터테인먼트

오는 12월20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100여일간 진행될 ‘누리마루 일반인 공개관람 행사’를 전담하는 업체로 선정된 AI엔터테인먼트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14명의 직원이 밤잠을 잊은 채 앞으로 진행할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강용 대표는 “3개월 전 APEC 기념사업 공모전에 참여, 서울 업체 3곳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면서 “지역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 지역 업체가 일익을 담당하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AI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부터 보여줄 공개관람 행사용 APEC 다큐멘터리 상영과 사진전 등을 구상 중이다.

이대표는 “특히 방학중에 누리마루를 찾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세계 지도자로서의 꿈을 갖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GMC

손만 대면 물결이 일면서 물고기가 놀라 달아나는 디지털 연못과 가상의 병풍 등 IT 조형물을 정상회의장과 IT 전시관 안팎에 설치해 APEC 참가자들과 외국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었던 업체다. 국제회의 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IT 강국의 면모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IT와 우리의 다양한 전통문화 유산을 절묘하게 접목해 APEC 정상회의 참가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디스플레이 상담전화가 걸려와 일정을 조율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비앤지로티스(BnG ROTIS)

인공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을 이용해 각국 정상들의 차량 이동을 실시간으로 파악, 정해진 시간에 1, 2차 회의장과 숙소에 차질없이 도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부산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비앤지로티스측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인터넷을 통해 부산권의 전체적인 교통정보를 제공한 데 이어 이번에 정상 차량 위치추적시스템을 선보임으로써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토가

경남 양산의 신생 업체로 각국 정상 부인들이 찾을 것으로 알려진 범어사에 황토방석 21개와 식탁보 4개를 제공하는 등 이번 행사를 통해 회사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황토방석에는 1∼2㎜ 크기의 압축 황토볼 수백개가 들어 있고 공양 때 사용하는 식탁보 역시 황토물을 들여 황토의 생리활성 기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김종수 대표는 설명했다.


■진주산 실크벽지

경남 진주에 있는 한국견직연구원과 지역 실크업체 등이 고려청자의 문양을 담아 개발한 실크벽지는 1, 2차 정상회의장에 납품돼 일찍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APEC 기간 중 대기업들이 국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면 지역 중소기업들은 조용히 실질적인 기술력으로 국내외에 마케팅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APEC을 통해 중소기업도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인욱 기자

■사진설명=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9일 동백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2차 정상 오찬에서 상황버섯 발효주인 '천년약속'으로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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