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시장 2차 빅뱅-우리금융그룹]LG카드에‘올인’…금융그룹 완성 노려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2 13:54

수정 2014.11.07 12:03



최근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월례조회에서 ‘우리은행은 인수합병(M&A)이 아닌 자체 성장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우리은행의 기본 체력여건이 튼튼하기 때문에 충분히 자체 성장을 할 여력이 있고 이것이 내년 성장의 큰 줄기라고 강조했다. 황행장의 발언은 인수합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금융권에 일대 혼란을 가져왔다. 그동안 황행장은 LG카드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끊임없이 밝혀왔는데 이를 완전히 뒤엎는 발언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행장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자 우리금융측은 황행장의 발언은 은행장으로서 외환은행의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며 LG카드는 우리금융에서 계속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설명으로 혼란은 다소 가라앉았으나 자체 성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증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민영화라는 대명제를 안고 있는 우리금융은 자신이 매각대상이면서 다른 금융사를 인수해야 하는 묘한 상황 속에서 ‘2차 금융빅뱅’에 대비한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내년은 우리은행 자체 성장의 해

황영기 행장은 “우리은행에 대해 로열티가 높은 고객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건전 여신문화가 정착되는 한편, 영업점 지원문화가 확산되고 있어서 자체 성장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굳이 M&A 없이도 우리은행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의 또다른 표현이다.

외환은행은 기업고객 위주라서 우리은행과 고객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를 내기 적당치 않다는 것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다.

우리금융 박승희 전무는 “은행의 자산은 대출인데 전통적으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에 주력해왔고 충분히 자체적으로도 자산 확충이 가능하므로 굳이 외부 M&A까지 해가면서 늘릴 필요를 못느낀다”면서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소매금융을 보강할 필요가 있으므로 카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 내의 사업 포트폴리오 상 기업금융 분야에 편중되면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기업금융보다는 소매금융을 강화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올해 우리은행은 3·4분기까지 1조33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데다 우량자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인위적인 몸집 부풀리기를 하지 않아도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으로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영화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해 지나치게 몸집을 부풀릴 경우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게 만든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카드 인수는 금융그룹 완성의 핵심

은행 쪽은 자체 성장의 궤도를 잡은 반면, 비은행 계열사는 M&A를 통한 성장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을 인수, 기존의 우리증권과 합병해 증권업계 1위로 단번에 올라선 증권분야의 M&A 사례에서 LG카드에 대한 우리금융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가 LG카드를 놓칠 경우 은행권 3∼4위 그룹으로 밀려나면서 금융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인수 의지를 다지게 한다. 결국 주요 고객이 중복되는 외환은행 인수에 불필요하게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LG카드에 올인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카드 고객이 400만명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300만명 수준일 것”이라며 “사용자가 많지 않은 우리은행 입장으로서는 LG카드의 1000만명에 육박하는 고객수가 탐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박승희 전무는 “우리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당분간 별도 회사로 유지할 계획이며 우리은행 내 카드부문과의 통합 등은 추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카드사의 운영계획까지 윤곽을 세워둔 상태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이러한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 사실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카드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논란과 함께 무엇보다 우리은행이 LG카드의 매각 당사자인 동시에 인수 당사자가 되는 상황이다. 황회장이 여러차례 LG카드 인수를 언급하면서 LG카드의 주가는 계속 상승, 매각자의 입장으로서는 호재지만 인수자의 입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LG카드 인수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나 공적자금위원회가 승인을 해줘야 가능한 상황이어서 다른 은행에 비해 변수가 많은 형편이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