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잡기 위한 미국, 일본 경쟁사들의 추격전이 본격화됐다.
일본 5개 반도체기업이 시스템LSI(비메모리반도체의 일종) 공동개발을, 미국의 인텔?마이크론이 낸드플래시 합작사 설립을 각각 발표하면서 ‘2차 반도체 대전’의 막이 올랐다.
일본 업체들의 공동개발은 D램·낸드플래시 부문에서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고 인텔-마이크론의 합작은 삼성·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기업, 비메모리 주도권 강화
일본 히타치, 도시바, NEC, 마쓰시타, 르네사스 등 일본 반도체 5개사는 2000억엔(약 1조7400억원)을 공동으로 투자, 내년 중 공장을 설립하고 오는 2007년부터 시스템LSI를 생산한다.
이에 앞서 도시바와 NEC는 2000억∼3000억엔을 투입, 회로선폭이 45나노(10억분의 1m) 공정에서 시스템LSI 제조기술을 공동개발해 오는 2010년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공동 생산·연구개발(R&D)에 나서는 것은 거액의 설비?투자비를 분담, 비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스템LSI는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게임기 등의 핵심 반도체로 사용된다. 일본 전자기업들은 가전기기용 최적의 시스템LSI를 개발, 세트사업의 수익률 압박을 극복할 방편으로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LSI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의 경우, 37인치 LCD TV에 16개가 소요되고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일본 전자기업들은 부품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 확대를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인텔-마이크론 연대, “미국 저력 보여주겠다”
인텔은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노어플래시메모리에만 치중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낸드플래시보다 시장 규모가 컸던 노어플래시 시장이 올해 들어 역전되고 데이터퀘스터가 추정한 시장성장률(2003∼2006년)도 낸드플래시의 47%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1%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마이크론과 합작, 낸드플래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21일(현지시간) 애플이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4개 기업에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도시바와 함께 마이크론과 합작사인 ‘IM플래시테크놀로지’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인텔과 마이크론의 조합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 3·4분기 400%라는 매출 증가율로 올 상반기 업계 7위에서 5위로 도약한 기업이다.
인텔은 이처럼 급성장하는 업체와 제휴, 후발주자로서의 시장참여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입하는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마이크론 합작사 생산라인이 어디에 들어설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미국에 자리잡는다면 원가 경쟁력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에 한참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 시장 파괴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 하이닉스 ‘시장 수성 자신있다’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의 기폭제 역할을 한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 시장 1위 품목의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는 전략을 채택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6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60%는 독과점 수준인 만큼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며 자사의 생산·개발 능력에 따라 수급 조절이 가능하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평소 “낸드플래시는 아직까지 하드디스크와 D램에 비해 완전히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시장 주도적 사업자로 낸드플래시 가격을 낮춰 신규 수요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하반기 낸드플래시 공급 요청의 절반만 들어 줄 정도로 물건이 달린다”며 “낸드플래시 가격을 올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보다는 가격을 낮춰 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생산능력 향상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14라인를 낸드플래시 전용라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9라인 일부를 낸드플래시 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또 15라인도 현재 건물 설립에 들어가 내년 4·4분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도시바에 이어 세계 3위인 하이닉스도 이번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장기 공급하는 기업에 포함되면서 추가 투자 검토에 들어갔다.
하이닉스가 현재 낸드플래시 라인으로 신설 혹은 증설이 가능한 생산라인(팹)은 2개다. 중국 우시시에 건설 중인 신규라인과 경기도 이천의 M6.
중국 우시시 팹은 부지조성과 건물공사를 끝냈다.
이후 크린룸 시설을 조성하고 장비를 입고 한 뒤 수율을 조정하면 반도체 생산이 시작된다. 경기 이천 M6라인도 기존 장비의 중국 우시시와 충북 청주 이전이 끝나면 새로운 장비를 입고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장비입고가 임박하면서 이들 라인의 생산품목 확정을 놓고 내부검토 중”이라며 “우의제 사장이 중국 우시시 라인의 건설을 독려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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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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