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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관무력증]소중한 아기 잃을수도 있어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3 13:54

수정 2014.11.07 12:01



20대 후반 임산부 이모씨는 얼마 전 끔찍한 일을 겪었다. 임신 22주만에 갑자기 진통이 시작돼 아기를 낳게 된 것이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출산이라 560g의 초미숙아가 태어났다.

아기는 산소호흡기로 일주일을 버텄지만 결국 이씨는 아기를 가슴에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이씨는 임신기간동안 건강에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웠다. 5개월 만에 또 임신이 됐지만 첫 아기처럼 잘못되지 않을까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어렵게 아기를 갖고도 별다른 이유없이 아기를 잃게 되는 '자궁경관무력증'으로 고생하는 산모가 100명 중 1∼2명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질환은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자궁경관무력증이란

자궁경부에 힘이 없어 태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궁이 열리는 질환이다. 이 질환에 걸린 산모는 자궁이 조기에 열리고 양막이 풍선모양처럼 탈출되어 나오면서 양수가 터져버린다. 자궁경관무력증은 보통 임신 2기말에서 3기초(임신 26∼32주 사이)에 조기 통증과 조기 분만의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아직 질환의 발생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설로는 선천적으로 자궁경부가 짧아져 있거나 후천적으로 자궁경부의 손상이 있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인공유산이나 자궁경부 초기 암으로 자궁경부원추절제술을 한 경우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출산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인 릴랙신 등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외에도 감염이 자궁경부가 약해지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는 '감염과 탈락막 출혈이 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지난 2004년 9월과 2005년 3월 미국산부인과학회지에 보고한 바 있다.

환자가 과거에 유산이나 중절 등의 병력을 가지고 있으며 조산한 경험이 있을 경우 자궁경관무력증의 위험이 높다. 또 자궁경부의 길이가 3㎝이하로 줄어들 때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어떻게 극복하나

임신부가 초산이거나 과거에 자궁경관무력증의 경험이 없으면 별 생각없이 생활하게 되므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자궁경관무력증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임신 전에 미리 알기 어렵기 때문에 임신 2기(15∼28주)사이에 원인 없이 조산한 병력이 있었는지, 자궁내 암 발생부위를 제거하는 원추절제술을 받았거나 여러 번의 인공 임신중절, 자궁 기형 등이 있는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강남성심병원 이근영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무력증은 미리 관심을 갖고 조기에 진단해야 한다"며 "특히 고위험군은 임신중 지속적 자궁 경부 측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 조산으로 아기를 잃어서 연속 실패한 경우에도 출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너무 쉽게 임신을 포기하면 안된다. 이 경우에는 임신초기에 복식 자궁경부봉합술을 시도할 수 있다. 수술 후 성공률은 높지만 제왕절개분만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복식 자궁경부봉합술로 만삭까지 간 후 제왕절개분만후 봉합사를 남겨 놓으면 다음 임신시 복식 자궁경부봉합술은 필요없이 안전하게 임신을 유지할 수 있다.

■자궁을 묶어주는 자궁경부봉합술

일단 자궁경부무력증이 확실시 되면 자궁을 묶어주는 자궁경부봉합술을 시술할 수 있다. 아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엄마 배 속에 머물러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남성심병원 이근영 교수팀이 1998년 1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양막 팽창이 동반된 자궁경관무력증 임산부 97명에게 양수감압 후 응급 질식 자궁경부봉합술을 시술한 결과 92명(94.9%)이 수술에 성공, 태아 46명(51.1%)을 생존시켰다. 이 시술결과는 외국의 수술성공률 50∼60%에 비해 높은 것이다.


이근영 교수는 "질식 자궁경부봉합술의 수술건수가 100례에 이르고 있으며 수술 중 양막 파열 없이 100%에 가까운 수술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며 "자궁경부가 열리고 양막 탈출이 동반되어 조기에 분만되는 자궁경관무력증 임산부는 태아를 포기하지 말고 응급 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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