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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하이얼과 교류확대 검토 배경은]양사 글로벌 전략 ‘윈-윈게임’



"올 매출목표는 150억달러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 "2010년 한국 3대 가전 브랜드에 진입하겠다."

LG전자와 중국 하이얼이 중국과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와 전략이다. 중국의 대표 가전기업인 하이얼이 LG전자에 끊임없이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양사가 처한 이같은 현실에 근거, '윈-윈'을 구사하기 위함이다.

하이얼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LG전자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동시에 기술도 이전받을 수 있어 백색가전의 규격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상대적 열세였던 '품질'부문에서 LG전자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로서도 '프리미엄 1등 LG'전략을 추진하면서 에어컨, TV 등의 품목에서 떨어지고 있는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보완할 수 있어 하이얼의 제안을 애써 외면할 필요만은 없다.

■하이얼, 백색가전 규격화라는 글로벌 전략 일환

LG전자는 에어컨, 양문형냉장고, 휴대폰 등의 세계적 메이커이면서 부품인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도 세계 선두권이다.

에어컨 등 저가가전에 이어 디지털 TV 등에서 글로벌화를 추진 중인 하이얼로서는 PDP,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안정적인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 이 부문이 선행되지 않으면 '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급의 생산량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중국에는 PDP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어 부품 공급선 자체가 아예 없다.

내년 경북 구미 A3 PDP라인 2단계 투자 등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인 월 55만장 체제를 구축 중인 LG전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하이얼 최적의 파트너일 수 있으며 기술까지 이전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하이얼의 글로벌 전략은 글로벌 납품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사 제품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도약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급 생산량을 기초로 디지털TV 등 가전제품에도 PC와 같은 규격화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만약 LG전자와 전략적 제휴가 성사되면 대형 LCD 부문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는 LG필립스LCD와 추가적인 제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필립스LCD는 현재 경기도 파주에 7세대 라인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LCD TV표준을 놓고 삼성전자, 소니 등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40인치 LCD패널이 월 10만대씩 중국 쪽으로 수출된다"며 "현재 중국의 대형 디지털 TV 수요가 예상보다 강해 중국내에서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하이얼로서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LCD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업체를 만들어 두는 게 시급한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LG전자로…"시장 겹쳐 쉽지 않다"=하이얼의 적극적인 구애공세에 현재 공은 LG전자로 넘어와 있다. 문제는 LG전자가 하이얼과 시장이 겹친다는 것이다.

실제 LG전자는 세계 1위 제품인 에어컨의 경우, 중국 시장 점유율이 올 8월말 현재 3.8%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포인트나 하락했다.

하이얼, 메이더 등 중국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TV, 냉장고, 휴대폰 등 다른 제품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LG전자 측은 "올 중국 매출목표가 150억달러였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힐 정도다. 디지털TV 쪽도 에어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고민이 있다.

물론 국영기업 성격이 강한 하이얼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면 정체상태에 있는 중국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프리미엄 1등'전략을 추진, 고급화로 나서고 있는 LG전자의 경영전략도 변수다.
매출만 고려하면 '제휴'가 타당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레드오션'인 에어컨 시장에서 '블루오션'인 시스템에어컨·액자형 에어컨 등으로 전환했듯 내부적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서 하이얼과 제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급의 생산량과 시장을 갖고 있는 하이얼 같은 중국 기업과 같은 규격의 제품을 생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면 LG전자, LG필립스LCD 등에는 엄청난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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