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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금산법 분리대응 당론 채택]‘개혁지속-시장부담’ 고심 타협



삼성그룹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맞물려 수개월간 논란을 거듭하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 방향이 절충형 ‘분리대응안’으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우리당의 이같은 결정은 계열 금융사 고객 돈으로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해 온 관행을 차단하려는 재벌개혁 취지도 살리면서, 동시에 기업 부담도 줄이고 위헌 등 법리 논란도 피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당이 이번 개정안에 강제성을 띠지 않는 ‘권고적 당론’으로 결정한 이면에도 이같은 고충이 엿보인다.

■우리당 “가장 합리적 대안”

이날 정책의총은 처음부터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일괄해소로 가는 것은 위헌시비 등 법적 논란과 정책 불안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킬 소지는 있지만 개혁이라는 당 정체성 확보에는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정부안으로 가는 것은 ‘삼성 봐주기’, ‘개혁 의지 후퇴’ 등 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입법화는 물론 시장불안감·기업부담을 줄인다는 소득도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홍재형 의원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은 구별돼야 하는 것은 원칙”이라면서도 “당이 기업에 불합리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며 분리대응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인영 의원은 “당 밖에서 이 문제를 정체성과 관련지어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면서 “5%룰을 초과하는 지분은 구분없이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의장은 “삼성이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나”면서도 “삼성 같은 슈퍼스타가 룰을 지키지 않고 어떻게 시장경제가 올바로 작동하겠느냐”며 ‘분리대응안’으로 당론을 결정할 것을 당부해 당론을 이끌어냈다.

■“재벌 개혁 한차원 진전”

우리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분리대응안은 표면적으로는 절충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재벌개혁을 한차원 진전시키는 내용도 담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내 대표 재벌인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일정한 부분이나마 수술의 칼을 들이댐으로써 그 자본의 상당 부분이 고객 몫인 계열 금융사 돈으로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해 재벌의 경영관행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초과지분 처분명령을 이행치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안 내용에서도 이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세균 의장은 “초과지분을 처분한 기업들도 있는 마당에 삼성만이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구조적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면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인 개혁성과 우리당의 정체성에 잘 맞아떨어지는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입법까지는 아직도 길 멀어

그러나 최종 입법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음주부터 열리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심의과정이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할 시험대다. 한나라당은 소급입법 등 법률문제를 들어 여당의 분리대응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재경위 내에서 캐스팅보트(결정투표권)를 쥐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여당의 분리대응안을 ‘삼성 봐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연내 입법이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내부 정체성 논란 수습 차원에서 금산법 개정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표결처리로 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 morning@fnnews.com 전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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