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난자 논란’이 일파만파의 충격을 낳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으로 촉발된 연구원 난자 논란은 황교수를 세계줄기세포 소장 등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다.
지난 10여일 동안 벌어진 난자 논란은 ‘과학 윤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황우석이라는 세계적인 과학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가했다. 황교수는 24일 기자회견에서 공직 사퇴를 발표하며 “연구직까지도 사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은 어둡고 침울했다.
이번 일은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 윤리 준칙에 위배되지는 않는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이 나온 후여서 충격이 더 크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브리핑을 통해 서울대 수의대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조사 결과 “황교수가 최근 IRB에 세차례 출석, 연구원 난자 제공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들이 사생활 보호를 요청해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IRB의 조사 결과 연구원 2명은 지난 2003년 가명으로 난자를 제공했지만 법 기준이나 윤리 준칙을 위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IRB는 “당시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 강요나 회유 또는 영리 목적의 대가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윤리 준칙 위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구 책임자들이 난자 기증 불가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발적인 의지로 난자를 제공한 것은 한국과 서양의 문화적인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황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져야 한다”며 선을 명확히 그었다. 난자 논란을 일으켰던 윤리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연구원의 난자 기증을 금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세계 최고의 과학자 황우석은 이제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연구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했다. 국익이냐 윤리냐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는 동안 우리는 황우석이라는 시대의 영웅에 움직이기 힘든 족쇄를 채웠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과학자의 윤리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성공했지만 줄기세포라는 신세계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더 이상 황교수를 흔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익이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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