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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2차 빅뱅-하나은행]리딩뱅크 탈락 위기감,외환銀 인수 ‘올인’



지난 9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은 언론에 극도로 말을 아꼈던 종전과 달리 이날 거침없이 외환은행 인수 청사진을 제시했다.

외환은행의 20여곳 해외 브랜치가 탐이 나며 인수를 하게 되면 자산관리서비스(CMS)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치열한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자신이 매물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을까, 김종열 행장은 참았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 듯 외환은행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하는 하나은행

인수 희망 기업이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인수 의사를 밝히면 피인수 기업의 주가는 M&A를 재료로 상승할 수 있다. 이런 논리를 모를리 없는 하나은행이 끊임없이 외환은행에 대해 러브콜을 하는 이유는 은행의 몸집 불리기 싸움에서 외환은행을 놓칠 경우 4∼5위권으로 추락, 오히려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흥은행과 통합을 하면서 LG카드 인수에 나선 신한금융지주나 자체 성장을 추구하면서 LG카드를 인수하려는 우리금융,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에 비해 하나은행은 덩치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물론 하나은행측의 얘기는 다르다. 김종열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못하면 3강 구도에서 어려워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하나은행이 그 정도의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하나은행은 현 상황에서 탄탄하게 영업을 하고 꾸준히 이익을 낸다면 리딩 뱅크로서 존재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인수 가격이 적당치 않다면 무리하게 인수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한결같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인수 걸림돌은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 시장은 "과연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먹을 여력이 되나"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2조50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린 하나은행이지만 자체 힘만으로는 버거운 일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8조6000억원이나 되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하나은행에는 없다. 하나은행의 자기 자본이 5조4000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8조원를 넘는 외환은행은 버거운 대상인데다 론스타 지분만 인수한다고 해도 최소한 4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내외 전략적 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김종열 행장도 해외투자가 2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대주주인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나 템플턴 등 해외투자가들의 의향이 관건이다. 또 인수 이후 외환은행 직원들을 어떻게 다독일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지금도 계속되는 서울은행과의 마찰과는 또다른 문제다.

■금융지주 출범은 기회

현 빅4 은행 체제 속에서 가장 불리한 곳이 바로 하나은행이다. 은행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로 통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71년 한국투자금융사로 시작해 30여년의 시간 동안 3번의 호기를 가졌다. 91년 하나은행 창립과 98∼99년 충청은행과 보람은행 인수, 그리고 올 2월 대한투자증권을 거머쥔 것이다. 매번 도약의 발판이 됐다. 이제 그 4번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출구는 오는 12월1일 닻을 올리는 지주회사에서 찾고 있다.

지주사는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출범일에 맞춰 시행되는 대규모 인사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하나가 지주회사 체제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주회사 모양새는 우리금융과 신한지주에 견줘 가장 안정적이다.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다른 지주사들에 비해 하나지주의 경우 비은행 부문의 거물 대한투자증권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다. 하나은행과 대한투자증권을 양대 축으로 하고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등 자회사들을 상품 개발의 엔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하나지주는 오는 2008년까지 비용과 수익 시너지 효과가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다.
지주회사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김승유 이사회 의장이 회장으로 올라서고 김종열 행장이 은행을 맡는 체제 속에서 빚어질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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