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이명박시장과 행정도시/김승호기자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7 13:54

수정 2014.11.07 11:57



헌법재판소가 행정도시건설특별법 위헌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지난 24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헌재 발표 직후 그동안 정부의 ‘수도분할’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입장 발표가 예정돼 출입기자들은 그의 반응에 잔뜩 기대를 걸며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카메라 기자들과 사진기자들도 대거 긴장을 늦추지 않고 포진해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상황에서 어쩌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안고 갈 당사자로 그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정시간보다 30분이 흘렀는 데도 이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40여분 뒤 이시장은 대변인을 통해 A4용지 한장 분량의 짧막한 글로 입장 발표를 대신했다.


“행정도시에 관한 위헌 여부가 종결된 것으로 보지만 행정도시 건설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올바른 정책은 아니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동안 서울시와 함께 행정수도 이전과 행정도시 건설에 적극 반대했던 서울시의회가 이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헌재의 결정을 ‘반국가적,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법 위헌 판결’ 직후에는 시의회보다 앞서서 서울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장을 내놓은 것과도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빠진’ 기자들과 글을 대독한 대변인 사이에는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시장이 이날 직접 입장발표를 안한 것에 대해 시측 관계자는 “이시장이 아랫사람으로부터 기자들이 이미 빠져나갔으니 기자회견에는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전해듣고 직접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장 말대로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헌재의 판결로 ‘대세’가 굳어진 마당에 굳이 본인이 나서서 ‘괜한 소리’를 하는 것이 득이 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대권을 향해 일부 지역의 표심을 의식하고 벌어진 ‘계산된 전략’이라면 한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할 ‘그릇의 크기’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