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시장 2차 빅뱅-SC제일은행]“빅뱅을 기회로…” 힘찬 날갯짓 준비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8 13:54

수정 2014.11.07 11:56



SC제일은행은 지난 4월 신임 이사진 발표 이후 '소리 없는 행보'를 보여 왔다. 감독당국과는 가급적 마찰을 빚지 않고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형성하려는 노력을 보여 왔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 하나. 지난 4월2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열린 '제6회 서울국제금융포럼' 만찬 행사장.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제일 먼저 인사한 은행장은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이었다. 필메디리스 행장은 윤위원장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췄으며 '토착화·현지화'를 위한 은행의 자세를 보여주려는 듯 공개하지 않았던 '코리안 데이' 행사계획까지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99년 미국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SC가 새 주인이 됐다. 이후 '한국 금융시장의 리더·글로벌 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안팎에 제시했다.
자산 기준 7위 은행이 꿈을 현실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금융시장은 4강의 각축을 '관전'하면서 틈새 공략의 채비를 갖추고 있는 SC제일의 발걸음을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와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시장의 급성장이라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소매-기업금융 '균형' 공략…외환·파생분야 닻 올려

SC제일은행은 지난 9월12일 47년 만에 은행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은행원들 사이에 백만불짜리로 꼽히던 '으뜸 마크(넘버원 표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SCB의 '꽈배기 마크'가 들어섰다. 제일은행의 원래 강점은 기업금융이었다. 그러나 뉴브리지캐피털로 소유권이 바뀌면서 담보대출 위주의 소매금융으로 영업구조가 바뀌었다. SC제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담보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런 비율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필메리디스 행장 역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간의 균형잡힌 사업모델을 구축해 수익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웰스매니지먼트, 자산관리, 중소기업 상품, 신용카드, 개인대출 등의 분야에서 새 상품을 도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시장 공략의 첫 작품으로 외환과 파생상품 부문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목표 아래 시중은행 중 제일 큰 규모인 80명의 딜러를 둔 딜링룸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금융빅뱅 각축 기회로 활용"…'태풍의 눈' 주목

머빈 데이비스 SCB 회장은 "제일은행 인수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SCB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확인했다. 이는 은행의 큰 재산이다"고 평가했었다. SC제일은 이런 나름의 강점을 토대로 연착륙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주력하면서 조직 통합과 신상품, 파생상품, 신서비스 도입 등을 준비해 왔다. 막이 오른 금융빅뱅에 대비한 기초체력 다지기에 몰두해온 셈이어서 금융권 지각변동에 오히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은행측에 따르면 9월 말 경영실적 집계 결과 5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만 놓고 따지면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317억원 감소한 것이지만 신상품과 판매채널, 연수, 프로세스 및 리브랜딩 등의 투자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지주사의 주가가 올해 영국에서 많이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사라면 자회사에 부여한 총자산이익률(ROA) 등 경영지표가 어느 궤도에 올라오면 되는 것이지 단기수익에 급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외신인도, 자금조달, 자산운용 등의 부문에서 한층 유리해진 경쟁력과 리스크 컨트롤 분야의 강점을 살려 영업 집중화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M&A 등 외형 확장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란 게 공통된 목소리다. 다만 투자비용의 증가와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 등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산업이 요동친다고 특정한 전략목표 없이 자산을 늘려 반드시 대형화하는 은행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면서 "SC제일은행의 자산규모가 그렇게 작지는 않기 때문에 특화전략으로 승부를 건다면 오히려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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