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 상상력을 제공한 원작 연극 ‘이’(爾·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던 말)가 오는 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재공연된다.
지난 2000년 초연돼 한국연극협회 작품상을 비롯해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을 수상한 ‘이’는 조선시대 궁중 광대들의 삶을 소재로 포복절도할만한 웃음의 미학을 선보인 화제작이다.
‘연산군일기’ 제60권 22장에 등장하는 궁중 광대 ‘공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는 연산군이 광대극을 좋아했고 광대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허구적 설정에서 출발한다. 또 연산군과 공길 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요인물로 공길과 또다른 남색 관계에 있는 허구의 인물 ‘장생’과 요부 장녹수 등을 등장시킨다. 말장난, 재담, 성대모사,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근간으로 한 광대극을 통해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한편, 피를 부르는 권력욕과 그 이면에 깔린 섬뜩한 비애에 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연극과 영화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연극이 궁중 광대 공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영화는 허구의 인물인 장생에 무게를 실어 보다 많은 에피소드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는 공동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8일 서울 용산 극장 용에서는 연극과 영화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특별시사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날 낮 공연이 끝난 뒤에는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강성연 등 ‘왕의 남자’ 팀과 이남희, 박정환, 이승훈, 진경 등 ‘이’ 팀 연기자들이 서로 만나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2만∼5만원. 1544-5955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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