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파주 납골 추모공원]떠난 이와 남은 이가 소풍 가듯 만나는 곳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30 13:55

수정 2014.11.07 11:54



살면서 우리는 ‘웰빙(well-being)’에 대한 생각을 자주한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 뜻의 웰빙은 현 세대를 사는 이들에게 언제부터인지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웰다잉(well-dying)’은 어떨까. 잘 살면 끝이지, 죽은 뒤가 뭐가 필요하느냐고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짧은 인생 동안에는 좋은 집에서 잘 살기 위해 줄곧 노력하면서도, 생을 마감한 이후 영원히 쉬게 될 곳에 대한 생각을 전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경기도 파주 오산리에 있는 납골 장묘공원 ‘크리스찬 메모리얼파크’. 이곳은 삶을 끝낸 이들이 호텔처럼 편안한 장소에서 안식을 찾고, 고인을 떠나보낸 가족들이 그리운 그를 기리며 추억속에서 재회하는 곳이다.

메모리얼파크는 그 이름처럼 고인이 된 이들에 대한 추억을 기억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이곳에는 고인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뿐만 아니라 그들이 애지중지하던 휴대전화, 기도서, 장신구, 자동차 열쇠 등이 납골함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때문에 육신은 이승을 떠났지만 가족들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영혼은 마치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명문의대 졸업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불치의 병에 걸려 생을 마감한 아들의 지갑속에 용돈을 넣어주는 아버지, 사별한 아내의 납골함 옆에 집 열쇠를 놓아 두는 남편, 어린 자식의 납골함 앞에 아이가 좋아하던 장난감을 놓아둔 부모…. 이처럼 메모리얼파크는 산자와 죽은자가 추억속에서 재회하는 장소이자 앞으로 남은 인생을 보람있게 살기를 다짐하는 결심의 장소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죽음에 대한 고찰은 단지 망자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삶을 마감한 이들이 쉬는 호텔

메모리얼파크 납골당은 흔히 생각하는 무덤과는 너무나 상이하다. 우선 납골당에 들어가기 위해선 첨단 무인 경비시스템을 거친다. 친지나 가족임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납골당 천장에서 부서지면서 쏟아지는 찬란한 빛줄기들은 마치 천국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납골당 안에는 방문객이 잠시 앉아 기도를 하거나 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또 웬지 성스러워 보이는 맑은 물 줄기가 납골당 내부를 가로질러 흐르도록 조성돼 있다.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인테리어 장식과 예배당같은 성스런 분위기는 무덤안이라는 생각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한다.

메모리얼파크는 가족애를 찾아주는 곳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메모리얼파크에 있는 할아버지 납골을 찾은 손주의 얼굴은 두려움보단 공원에 놀러 온 것처럼 마냥 즐겁기만 하다.

명절때마다 성묘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1년에 한두번씩 시골에 있는 가족 무덤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어려움들이 크게 줄어든다.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매시간마다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 언제라도 방문이 가능하다.

성묘를 갈때마다 벌초를 힘들게 하지 않고서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게다가 메모리얼파크는 단순히 납골당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인근에는 청소년 수련원, 기도원, 분수대가 갖춰진 쉼터 등이 함께 있어 가족들이 함께 쉴 수 있는 진정한 ‘공원’이 되고 있다.

■극빈자 무료안치 배려까지…가족애 살려

호텔같은 영원한 안식처에 고인을 영원히 모시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메모리얼파크에 고인이 머무는 데는 보통 150만∼500여만원이 든다. 이승에서 사는 집값이나 명당을 찾기 위해 쓰는 비용에 비한다면 그리 많지 않은 비용이다.

메모리얼파크는 순복음교회 신도 중 생활소득이 거의 없어 납골당에 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영원한 쉼터의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총 2만기의 납골이 들어올 수 있는 이곳은 귀함과 천함의 구분없이 모든 고인이 된 이들에게 천국의 보금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또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비종교인들도 안식처에 들어올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메모리얼파크에는 고인이 된 기독교인들이 주로 많이 찾고 있을 뿐이다. 간혹 납골장묘 문화는 불교식 장묘 문화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아파트식으로 꾸며진 메모리얼파크 납골당은 마치 로마시대 기독교인들의 지하 공동무덤인 ‘카타콤’을 연상케 한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메모리얼파크 개관식에서 “하나님께서 모든 뼈에 우리의 유전인자가 들어가도록 창조했으며, 유가족들을 위해 뼈를 잘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우리나라 장묘문화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며 납골장묘 문화를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크리스찬메모리얼파크 박용구 이사장은 메모리얼파크는 단순히 납골당의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메모리얼파크를 찾는 많은 분들이 대부분 ‘천국같다’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효가 돈독해질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