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 증시의 미풍(微風)에도 한국 증시는 감기든다’라는 말이 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미국 증시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말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국내 증시가 미국만 바로보고 있는 현상을 해만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에 빗대 ‘미(美)바라기’라고 일컫는다.
요즘 국내 철강 시장이 ‘미(美)바라기 증시’같이 변했다. 철강 시장은 ‘중(中)바라기’ 시장이 됐다.
지난달 22일 국내 철강 업계의 이목은 중국으로 집중됐다. 중국 최대 철강회사이자 세계 6위의 조강생산량을 자랑하는 바오산강철이 내년 1·4분기 철강재 가격 인하를 발표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의 주가는 최근 증시 급등에도 불구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맥을 못 쓰고 있다.
바오산강철은 철광석, 유연탄 등을 저가에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데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품질에서는 다소 떨어진다고 하지만 범용재에 대한 저가 물량공세를 통해 국내 철강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내년 1·4분기 바오산강철과 포스코의 열연강판 가격은 t당 100달러나 차이가 난다. 포스코의 향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코가 가격을 내릴 경우 국내 나머지 냉연·강관업체들의 가격인하도 불보 듯 뻔하다.
중국발 미풍이 국내 철강업계에 후폭풍을 일으키는 셈이다. 국내 업체들이 품질 향상과 차별화를 통해 중국 업체들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하는 시급한 이유다.
포스코는 올초부터 고부가 전략제품의 집중적인 투자 의지를 밝히고 자동차용 강판의 생산 확대를 천명한 바 있다. 하이스코도 자동차 강판 전문 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내딛고 있다. 현대INI스틸, 동국제강 등도 상품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철강업계에서보면 변화와 혁신이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젠 발등에 불이 붙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경쟁력 제고만이 중바라기 철강업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 hwani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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